의료용 마약, 단순 과실 넘어 범죄화
“정부·의료계간 신뢰회복이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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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식약처는 올해 하반기부터 마약류 전담 특사경 인력을 충원, 불법 처방 및 유통에 대한 직접 수사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지난 3월 개정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마약류 수사권을 부여받았다. 올해 하반기에는 마약류 수사 전담 특사경 인력 5명을 추가로 충원하면서 기존 24명 규모의 특사경 조직은 29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로써 식약처는 단순 행정조사를 넘어 의료용 마약류의 불법 유통 및 오남용에 대한 직접 수사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프로포폴, 펜타닐, 메틸페니데이트 등 주요 약물을 중점 단속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에 앞서 식욕억제제의 오남용 우려가 높아지면서, 전국 30여 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마약류 식욕억제제 과다처방 여부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오는 29일까지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등 식욕억제제를 중심으로 과다처방이 의심되는 병·의원에 대해 지자체와 합동 점검을 실시한다. 이번 점검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지며, 청소년·외국인 대상 과다 처방 여부도 포함된다.
식약처가 마약 특사경 권한 확보에 적극적인 이유는 마약류 오남용이 단순 과실을 넘어 범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발생한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처럼 의료기관에서 처방된 약물이 사회적 참사를 초래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의료용 마약류도 강력한 수사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었다. 식약처는 이에 따라 수사의 전문성과 신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핀셋형 특사경 체제를 도입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정당한 치료는 보호하면서 범죄는 선별 차단할 수 있도록, 전문 수사 체계를 통해 오남용을 막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식약처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식약처의 수사권 확보는 의사의 진료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사경 제도의 무분별한 확대는 의료 현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식약처의 의료용 마약류 단속의 정당성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행정권한의 수사권 전환은 사법질서를 흔드는 일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또 의료계는 이미 식약처가 운영 중인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사전알리미 제도, 의료쇼핑정보망 등을 통해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점검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2023년 사전알리미를 통해 5554명의 의사가 오남용 처방 정보를 통보받았으며, 이 중 일부는 행정조치 또는 처분 의뢰까지 이어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사법경찰권을 일반 공무원에게 부여하는 것과 다름 없다"며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해 의료현장을 위축시킬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이 상시 감시체계에 놓일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와 의료계간 신뢰회복이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