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아연·연 넘어 ‘전략광물’로… 고려아연, 공급망 새 축 세운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821010009896

글자크기

닫기

이지선 기자

승인 : 2025. 08. 20. 17:58

안티모니 2261톤 판매, 전년比 30%↑
美 수출확대, 비중국 핵심으로 부상
제련·가공 역량 기반 성장동력 확보
고려아연이 전략광물 안티모니 수출 확대를 기반으로 실적 개선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비철금속 제련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전략광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기존 아연·연 중심 구조를 넘어선 새로운 성장축이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이 수출 제한 조치로 미국발 무역 장벽에 대응하는 만큼 비중국 공급처로서 고려아연의 입지가 더욱 견고해졌다는 평가다.

아울러 이는 한미 간 통상협상에서도 전략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은 방위산업과 첨단산업 전반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정적인 '비(非)중국'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협상 카드이자 경제안보 자산으로 평가된다. 고려아연이 축적한 제련·가공 역량과 실제 수출 실적은 한국 산업계가 대미 협상에서 제시할 수 있는 구체적 성과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고려아연은 핵심광물 및 경제 안보와 관련헤 당국와도 소통을 지속하고 있다.

20일 미 연방상원 로비공개법(LDA) 보고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올해부터 미국 유력 로비펌 발라드 파트너스를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로비펌 창립자인 브라이언 발라드는 도널드 트럼드 대통령과도 매우 긴밀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고려아연은 미국에 올해부터 전략광물로 분류되는 안티모니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볼티모어행 20톤 선적을 비롯해 연내 총 100톤 이상 수출이 예상돼, 북미 시장에서도 입지를 확대하며 미 행정부와도 소통을 확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티모니는 방위산업과 첨단산업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전략광물로, 난연성과 내구성이 뛰어나 군수·전자·화학 소재에 폭넓게 활용된다. 올해 상반기에 판매한 안티모니는 총 2261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가 급증했다.

이는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되는 데 따른 반사효과로도 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가 운용하는 8만여 개 무기 체계 부품 상당수가 중국산 광물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비(非)중국산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고려아연의 안티모니 수출 확대는 단순한 실적 개선을 넘어 글로벌 방위산업과 첨단 제조업의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의미를 지닌다.

실적 지표도 뒷받침한다. 고려아연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7조65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9% 증가했고, 영업이익 역시 5300억원으로 16.9% 늘어나며 102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전통 비철금속 중심의 수익 구조 속에서도 전략광물 부문의 기여도가 높아지면서, 외형 성장과 수익성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중국발 공급망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환경에서, 고려아연이 단순한 제련업체를 넘어 글로벌 전략광물 공급 허브로 변모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안정적 제련 기술과 확대된 수출 실적을 바탕으로 향후 안티모니와 같은 전략광물이 회사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동안 고려아연은 아연·연 등 기초 금속 제련을 중심으로 성장해왔으나, 최근 몇 년간 전략광물과 친환경 신사업을 적극 발굴하며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안티모니는 그 대표 사례로, 공급망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품목이다. 특히 안티모니를 비롯한 전략광물이 비철금속 시황에 덜 흔들리는 차별적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전기차, 반도체, 방위산업 등 수요처 확대에 따라 관련 매출 기여도도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투자 행보도 같은 맥락이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캐나다 자원개발기업 TMC(The Metals Company)에 약 8500만 달러(약 1100억원)를 투자해 5% 지분을 확보했다. TMC는 심해 망간단괴(Polymetallic Nodule)를 개발·채굴하는 기업으로, 니켈·코발트·망간 등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을 확보할 수 있는 원천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를 통해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전략광물 조달망을 넓히고,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가공 거점을 구축해 배터리 및 첨단소재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투자와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고려아연이 단순 제련업체를 넘어 글로벌 전략광물 공급 허브로 변모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즉, 단기적 실적 개선을 넘어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다변화·첨단소재 진출·에너지 전환이라는 산업 전략의 흐름과 맞물리며, 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지선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