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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는 지난해 3월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출국납부금 1만원에서 7000원으로 인하하고 면제 대상도 만 2세 이하에서 만 12세 이하로 확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국민 부담을 줄이고 여행 심리를 자극한다는 의도였다. 출국납부금은 항공 운임과 함께 결제되기 때문에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지만, 뭔지 몰라도 줄어든다니 싫다는 사람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일반 여행객 입장에선 그렇다. 실제 최근 환급 대상 항공권에 대한 출국납부금 환급서비스가 시작되자 단기간에 200만 명 이상의 신청자가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관광산업에서 보면 출국납부금 인하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출국납부금은 카지노 납부금과 함께 관광진흥개발기금의 핵심 재원이다. 출국납부금과 카지노 납부금 등 법정부담금은 2024년 관광진흥개발기금 수입의 약 39%를 차지했다. 기금은 관광 인프라 확충, 중소 관광업체 지원, 지역축제 및 해외 마케팅 등에 활용된다.
출국납부금이 줄면 한국 관광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관련 사업에 들어갈 기금도 축소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관광산업 전체의 침체를 불러올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관광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추진 사업이 활기를 잃고, 지방 관광에 대한 지원이 약화되면서 지역 불균형마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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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국가가 관광세를 올리는 데는 관광산업이 커지면서 예상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관광 자원을 보호하고 산업을 지원하면서 과잉관광, 인프라 노후화, 지역 불균형 등에 대응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방한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를 앞두고 있는 한국이 3000만 시대를 목표로 하면서 스스로 관광 재정을 약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기금을 교부받아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관광공사는 당장의 예산 축소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 고육지책을 동원하고 있다.
이제 막 내린 출국납부금을 다시 올릴 경우 여행객들의 불필요한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애초의 결정은 더욱 안타깝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재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값이 내리면 기쁜 것이 인지상정이면 돈을 많이 벌면 좋은 것도 인지상정일 것이다. 출국납부금을 단순 여행 비용이 아닌 관광대국으로의 발전에 필요한 마중물로 본다면 접근이 조금은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잘 키운 관광산업이 한국에 부를 안겨줄 또 다른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란 생각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