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인력 재취업 특정분야 제한적
전문가 "양형 강화로는 대책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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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3년마다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한다. 이는 산업부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된 내용이다. 핵심기술 유출 동향이나 이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 등이 주로 담긴다. 지난해 5차 종합계획이 만들어졌다.
문제는 '핵심기술 보호 범위 확대'와 '처벌 강화'에만 중점을 뒀다는 것이다. 5차 종합계획을 보면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바이오 등 12개 분야 73개의 핵심기술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여기에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핵심기술 심의 절차를 간소화해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대안도 있다. 또한 핵심기술 유출 범죄 구성요건을 목적범(특정 목적과 범죄가 된다는 의식을 가진 경우)에서 고의범(범죄가 된다는 의식만 가진 경우)으로 바꿔 검거에 용이하도록 하고 벌금도 15억원에서 60억원까지 상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늘어난 핵심기술에 따라 쉽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반면 핵심기술을 가진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대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특허심사관 채용이 유일하다. 특허청이 지난해 바이오·첨단로봇·인공지능 분야에 한해 60명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산업부는 이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인데, 보호 대상인 핵심기술을 73개에서 더 늘릴 경우 관련 인력만 8만5000여 명+α가 되는 것이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계획서엔 산업부의 정기적인 조사를 통해 관리체계를 철저히 하겠다는 내용도 들어갔는데, 이마저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 조사는 기업이 핵심기술 인력을 지정하고 이직 현황을 파악하면 2~3년 주기로 확인만 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산업부가 2016년부터 현재까지 기업의 핵심기술 인력에 대한 인사우대, 성과급 지급, 핵심기술 보호 등급 기준 수립 등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는 1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형식적으로 이뤄지면서 현행법마저 사문화한 것이다.
인력관리는 산업부가 지난 2007년 설립한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의 평가에서도 최하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조사 결과를 보면 100점 만점 중 인력관리는 69.3점으로 보호구역관리(90.1점), 시스템 관리(87.7점) 등보다 한참 낮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에 금전적 지원을 하는 건 적절치 않을 수 있어 처벌 규정을 강화해왔는데, 과태료를 부과한다면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인력 관리를 위해 기업에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의견만 전달하고 있다. 현장에선 잘 이행되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양형 기준 강화만으로는 (핵심기술 인력 유출 사태의) 본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기술을 가진 건 사람이고 이들이 유출되는 건 큰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후적이 아닌 사전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핵심기술 취급 인력자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 대책을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