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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K-스테이블코인’ 통화주권의 디지털 확장과 글로벌 금융허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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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8. 26. 16:26

이영하
이영하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前 감사원 특조국장
진짜 위험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리스크는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이 이미 디지털 화폐 경쟁에 나섰고, 우리도 통화주권을 지키기 위해 디지털 확장에 적극적이어야만 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결제 규모는 7조 달러를 돌파했다. 이 중 테터(USDT)와 서클(USDC)이 전체 시장의 85%를 차지했다. 미국의 서클은 준비금 투명성 강화 이후 시장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다. 서클은 지난해 5조 달러가 넘는 결제 처리액을 기록했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빅테크 기업 그랩(Grab)과 전통 금융사인 싱가포르개발은행(DBS) 등 민관 협업으로 디지털 화폐 시범 프로그램(PBM)을 진행했다. 싱가포르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세안 전역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정책과는 달리 한국은 제도 지연으로 글로벌 디지털 금융 생태계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에 처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단순한 신사업이 아닌, 연간 6000억 달러에 달하는 한국 무역결제 시장을 디지털로 혁신하고, 금융 허브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를 구축하지도 못한 상태다.

K-스테이블코인 제도 설계는 안정성과 혁신을 병행해야 한다. 미국 지니어스법은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한정하고, 비금융 대기업의 진입을 제한했다. 개인정보 상업적 활용·끼워팔기 금지 조항을 담았다.

그러나 한국은 달러 같은 기축통화 기반이 없기에 단순히 미국식 제도를 모방해서는 글로벌 확장력이 부족해진다.

따라서 안정성과 혁신의 병행이 필수다. 안정성은 은행·보험 등 금융기관이 AML/KYC, 예치자산 관리, 내부통제를 맡아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혁신은 디지털자산 전문 GP와 외국 전략 파트너(LP)가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금융위·금감원·한국은행·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협력하는 다층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여기에 감사원이 설계·운영·평가 전 과정에 참여하면 제도의 지속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AI 기반 AML/KYC, 이상거래 탐지와 규제 샌드박스 적용은 리스크를 관리하며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또 K-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결제 수단에 머물러서는 의미가 없다. 글로벌 확장을 위해서는 상호주의 협정이 필수적이다. 지니어스법은 외국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미국 진입을 자국 규제 수준 충족에 연계한다. 한국 역시 미국·EU·일본·싱가포르 등과 상호인증을 체결해야 한다.

예치자산은 원화와 국채뿐 아니라 달러·유로·엔화, USDC,USDT 같은 글로벌 유통성이 높은 자산을 병행해 다변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외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호환성을 높일 수 있다.

싱가포르 가디언 프로젝트는 17개 글로벌 금융사를 참여시켰고, 홍콩 엠브리지 사업은 다자간 CBDC 및 스테이블코인 교차결제망을 구축했다.

금융권은 K-스테이블코인을 위협이 아닌 성장 동력으로 인식해야 한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기업들은 결제와 자산운용 시장을 장악하며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한국 금융기관이 K-WON 생태계에 참여하면 AML/KYC, 투자운용, 결제 인프라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국민도 송금 수수료의 절감, 시간 단축, 신뢰도 상승, 편의성 확대, 접근성 강화 등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받게 된다. 이는 곧 국민의 금융 비용을 줄이고, 더 안전하고 편리한 디지털 금융 환경을 제공하는 효과다.

결국 K-스테이블코인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한 디지털 자산이 아니라 한국 통화주권의 디지털 확장 개념으로 봐야 한다. 연간 수조 달러 규모의 글로벌 결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전략적 열쇠다.

한국이 글로벌 결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제도의 지속성과 신뢰할 수 있는 거버넌스 설계를 해내야만 한다. 그래야 금융기관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가질 수 있고, 국민은 안전하고 낮은 비용으로 고품질의 금융 혜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정성만으로는 통화주권을 지킬 수 없고, 혁신만으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모두의 장점을 취해 K-스테이블코인을 만들고, K-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 금융허브로 도약할 절호의 순간을 만들자.

※본란의 기고는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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