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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미소짓고 있다. /공동취재 |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3시간 전 소셜미디어에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우리가 사업을 할 수 없다"는 돌발적인 글을 올려 우리를 긴장케 했다. 회담 직전 행정명령 서명행사에선 "한국 새 정부가 교회를 압수수색했다. 심지어 우리 군 기지에 들어가 정보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고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불법행위를 수사 중인 특검이 교회와 오산공군기지를 압수수색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우리 참모들은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와 트럼프 회담 때 같은 (공개 망신)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위협적으로 들렸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회담에서 "미군을 직접 수사한 게 아니라 그 부대 안의 한국군 통제시스템을 확인한 것 같다"고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화답하면서 이 사안은 일단락됐다.
이번 회담에서는 첫인상과 인간적 친밀도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대통령이 먼저 다가서는 전략이 주효했다고 하겠다. 노벨평화상 수상을 꿈꾸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호에 맞춰 '대북 메뉴'를 먼저 올린 것을 꼽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북한에 '트럼프 월드'를 하나 지어 거기에서 저도 골프를 칠 수 있도록 해달라"며 "가능하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도 추진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피스메이커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그를 만나고 싶다"고 답해 이르면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에서 남·북·미 정상회담 성사 기대감을 높였다.
경제 분야에선 조선업을 중심으로 양국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은 게 돋보인다. 이 대통령은 "(미국은) 조선뿐만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한국도 그 과정에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방문한 국내 기업인들은 조선·에너지·항공 등 11건의 '제조 파트너십' 양해각서(MOU) 및 계약을 맺는 성과를 올렸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은 "한국 (반도체·자동차 등)기업들이 총 1500억 달러의 대규모 대미 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과제도 많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우리가 얼마나 올려줘야 할지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빌려준 주한미군 기지 부지에 대한 소유권 요구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군 해외기지 가운데 최대 규모인 평택 험프리스의 소유권 이전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상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뜬금없이 소유권 얘기를 꺼낸 것은 분담금 인상요구를 위한 군불때기용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회담에서 한·일정상회담과 같은 공동문서나 성명 발표가 없었다는 대목도 아쉽다. 최근 미·일 관세협상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회담 결과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후속협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조선·원전산업 협력,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합작투자 등을 핵심 고리로 양국 경제협력을 강화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미 간 원자력협력 관련 추가협의에서도 우리의 핵능력 보강을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