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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상법개정안 등 쟁점법안들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을 들 수 있다. 여당은 법안 처리를 서두르며 강행처리에 나섰고 야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와 장외투쟁으로 맞섰다. 국회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돼야 하지만 지금은 정쟁의 무대가 되고 있다. 법안의 실질적 내용이나 국민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어느 쪽이 정국의 주도권을 잡느냐가 더 중요한 듯한 분위기다.
거대 양당의 대표들도 협치와는 거리가 먼 강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제1야당 국민의힘과 악수를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메시지를 넘어 타협과 대화의 단절을 암시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정청래 대표의 발언에 대해 "여당 대표의 입장과 대통령의 입장은 다르다"라고 공개적으로 선을 그었다. 약 8개월가량 공석이던 국민의힘 대표에는 강경파로 분류되는 장동혁 의원이 선출됐다. 거대 양당 모두 강경파 인사가 당을 이끌게 되면서 당분간 협치는커녕 갈등과 대립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정당간의 입장이 다르고 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시대가 복잡해지고 유권자들의 가치관도 다양해지고 정치적 스펙트럼도 넓어진다. 정치적 분열도 심화된 만큼 각 정당이 처한 입장은 다양하고 어렵다. 하지만 갈등이 존재한다고 해서 대화마저 포기해서는 안 된다. 타협은 정치의 본질이며 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만나 조율하고 절충하는 과정이다. 협치를 위해서는 먼저 상대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자세부터 회복해야 한다. '이기기 위한 정치'가 아니라 '같이 사는 정치'를 위해 나서야 한다.
정치는 결국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 정치권이 자신들의 유불리만 따지며 정쟁에 몰두할수록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각 정당의 정치적 승리가 아닌 국민을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이다. 국민은 정치를 통해 '같이 잘 사는 길'을 기대한다. 그 기대를 외면한 채 반복되는 대결 정치는 결국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키울 뿐이다. 상대 정당을 이기기 위한 정치를 넘어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가는 정치로의 전환이 가장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