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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은행권, 일반업무 창구 편의성도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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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강훈 기자

승인 : 2025. 09. 02. 18:00

손강훈
휴가 때 시중은행 영업점을 오랜만에 방문했다. 아내가 예금통장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아내가 '비대면계좌 개설 안심차단 서비스'에 가입한 터라 직접 지점을 방문해야 했다.

평일 오전 시간이었지만 입출금·통장개설 등 일반업무를 보려는 고객들로 은행 지점은 북적였다. 대부분 비대면 거래가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이었다.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고 있는데, 일반창구에 의자가 없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대출 창구와 자산관리(WM) 창구에는 의자가 있는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일반업무를 보는 고객은 앉지도 말라는 건가" 아내가 말했다. 나 역시 일반업무를 보기 위해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대부분 고령자라는 점을 생각할 때, 배려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후 다른 지역에 있는 해당 은행의 지점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ATM만 이용하면 됐지만, '여기도 똑같을까'라는 궁금증에 창구를 찾았다. 역시나 일반창구에는 의자가 없었다. 자신의 차례가 된 고객들은 서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결국 은행 홍보팀에 물어봤다. 그러자 '이용시간이 짧은 일반창구의 빠른 순환을 위해서 의자를 없앴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 그러자 머릿속에는 '회전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빨리 많은 손님을 처리하기 위한 선택. 뭔가 씁쓸함이 느껴졌다.

금융 취약계층의 은행 접근성 저하는 계속 거론되는 문제다. 은행권은 효율적 경영을 위해 점포를 줄이고 있고, 이로 인해 지역 고객이나 고령자 등 금융 취약계층이 소외된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은행들은 점포 수에 집중하고 있다. 은행권 공동점포 개설이나, 우체국에서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은행 대리업 도입'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일반창구를 이용할 때 고객이 느낄 수 있는 불편함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일반창구의 이용 시간이 짧다고 하지만, 이용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어르신 고객에게는 큰 어려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일반창구에 없는 의자가 단순히 빠른 순환을 위한 조치라기보다 '불편하면 모바일로 처리하라'는 의미로 비칠 수 있다. 이는 곧 대출이나 자산관리 등 은행에 이익이 되는 고객만 신경 쓴다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줄어드는 점포 수에 불편해진 창구까지 지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고령자 등 취약계층 누구도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점포 수 확보 중심의 대안과 함께 점포에서 이용자의 편의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
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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