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후 선진국 압도 '예외론' 입증
IMF 올 경제 성장률 전망 1.9% 상향
메가법안 10년간 4.5억달러 감세 효과
기업 현금흐름 개선… AI 등 투자 집중
韓정부, 재정지출 확대 美와 공통점
美 친기업 정책, 우리기업 유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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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재정 지출 확대 측면에서 미국과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감세와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정책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트럼프 정부의 친기업 정책이 한국 기업을 유인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트럼프노믹스'를 앞세워 미국 경제의 독보적인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른 선진국을 압도하는 '예외론(exceptionalism)'을 입증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1.9%로 상향 조정했다. '예외론'은 다른 세계 경제와 비교해 '나 홀로 강력하다'며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 등 경제 전문가들이 미국 경제를 규정한 용어다.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은 감세와 규제 완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은 2017년 감세 조치를 영구화해 향후 10년간 총 4조5000억 달러의 감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기업 투자 유도를 위해 법인세를 유지하고, 설비 투자 및 연구개발(R&D) 비용을 즉시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신규 규제 1건당 기존 규제 10건 철폐' 행정명령을 통해 환경·금융·가상화폐 등 광범위한 분야의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러한 친기업적 정책들은 뉴욕 증시의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끌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 트럼프, 법인세 14%p·개인소득세 최고 세율 2.6%p 인하
OBBBA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국정과제 실현의 핵심 내용이 담긴 법안으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7년 12월 법인세를 14%포인트(35→21%),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을 2.6%포인트(39.6→37%) 각각 인하하고, 상속세와 증여세에 대한 기초 공제도 거의 2배로 늘린 대형 감세 패키지의 기한을 올해 말에서 사실상 영구적으로 연장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주·지방세(SALT) 납부분을 연방세에서 최대 1만 달러(1390만원) 공제받을 수 있는 제도도 금액이 확대되고 연장됐다. 이로 인해 2034년까지 향후 10년간 개인소득 감세 2조1000억 달러, 기초 공제 1조4000억 달러, 2028년까지 향후 4년간 팁 및 초과근무수당 면세 1211억 달러, 시니어 대상 표준 공제 상향 930억 달러 등의 감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법인세를 21%로 유지하면서 R&D·이자지급·설비투자 등과 관련한 비용을 몇 년에 걸쳐 반영하지 않고 즉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감세 내용도 포함됐다.
통상적으로 회계에서 비용으로 처리된 금액은 과세표준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기업으로선 납부 세액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게 된 것이다. 특히 설비 투자의 즉각적인 기업 비용 반영은 현재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AI 관련 데이터센터 건설 등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총 감세 규모는 10년간 약 4조5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 206조원 감세 혜택 전망…국방 투자 및 첨단 기술 수주 확대
미국 자이언리서치가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중 모두 369곳을 표본으로 조사한 결과, 총 1480억 달러(약 206조원) 감세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4일 보도했다. 이는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추정치)의 8.5%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기업들은 크게 늘어난 이 돈을 부채 상환이나 자사주 매입 등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으로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은 2024년 현금으로 납부한 법인세액이 56억 달러에 달했으나, 2025년에는 납부 세액을 15억∼20억 달러(약 2조∼2조8000억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예상했다고 WSJ이 1일 전했다. 통신사 루멘 테크놀로지 4억 달러, 에너지업체 다이아몬드백 에너지 3억 달러, 엔지니어링업체인 레이도스 1억5000만 달러 등 세제 개정 혜택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미군 현대화 및 국방 인프라 확대 1500억 달러, 국경 통제 등 치안 향상 1650억 달러 등 OBBBA 예산으로 인공지능(AI)·위성·센서 등 첨단 기술을 보유한 일부 국방 기술 스타트업이 대형 계약을 수주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 트럼프노믹스 감세로 '낙수효과'…'상향식' 바이드노믹스와 반대
이러한 '트럼프노믹스'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바이드노믹스'와 정반대 경제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대형 감세 효과가 대기업과 부자로부터 중산층·저소득층으로 흘러 내려가게 한다는 '트리클다운(낙수효과)' 경제학이 틀렸다며 법인세를 21%에서 28%로 올리고, 상위 0.01% 부자에 대해 소득세 최저세율 25%를 적용하며 주식 환매 세율도 1%에서 4%로 늘리는 상향식(보텀업) 경제 정책 방안을 제안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다만 감세 법안으로 인해 연방정부의 부채가 36조2000억 달러에서 2조4162억 달러 늘어날 것이라고 미국 연방의회 예산국(CBO)이 경고한 것이 현실화하면 장기적인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