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란드 오르카 잠수함 수주 경쟁 독일 TKMS와 재격돌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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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시스템 등 이른바 '한화 3총사'가 대규모 전시관을 꾸려 K9 자주포, K2 전차에 이어 전략급 무기 체계까지 유럽 시장에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이번 전시회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폴란드 해군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인 '오르카(Orka) 프로젝트'다.
폴란드 해군은 현재 노후 구(舊) 소련-Kilo급 잠수함 한 척, 노르웨이제 코벤급 2척 등 총 3척을 보유해 왔으며, 그중 일부는 이미 2021년에 퇴역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폴란드는 22억5천만유로(약 3조2천600억원) 정도에 장거리 유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3~4척의 3,000톤급 잠수함 도입을 희망하고 있다고 Naval News와 같은 글로벌 해군 언론 매체들은 지난 6월 23일 폴란드 국방장관과의 인터뷰 내용을 전한 바 있다.
이러한 오르카 신형 디젤추진 잠수함 전력화 사업은 폴란드의 해상 전력 현대화 핵심 과제다.
이 사업에 한화오션이 한국형 3000톤급 잠수함(장보고-Ⅲ Batch-II)을 제안하면서, 독일 TKMS의 214/212CD급 잠수함과 정면 승부가 불가피해졌다.
따라서 폴란드와 같은 NATO 동맹국인 캐나다의 60조원에 달하는 신형 잠수함 도입 사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K-해양방산 업체들은 독일 TKMS과 재격돌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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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는 이미 K2 전차,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 로켓 등을 대량 도입하며 'K-방산'의 최대 유럽 고객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번 오르카 프로젝트는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현지 조선소 협력·기술 이전·부품 국산화 비율 등이 핵심 조건으로 제시되면서 한국과 독일 간 첨예한 경쟁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NATO 회원국으로서 대러시아 억지력 강화를 최우선시하는 만큼,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전략적 동맹 차원의 고려까지 얽혀 있다.
한화 관계자는 "폴란드는 이미 K-방산의 신뢰를 검증한 국가"라며 "이번에는 전략무기 체계인 잠수함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해, 한-폴란드 간 방산 동맹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측은 단순한 수출을 넘어, 폴란드 조선소와 합작 생산, 현지 고용 창출, 나토 연합 작전과의 상호 운용성 보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독일 TKMS는 NATO 내 잠수함 기술력과 오랜 운영 경험을 앞세워 '안정성'을 강조한다.
특히 노르웨이·이탈리아와의 공동 생산 경험을 내세워, 폴란드가 NATO 해군과 동일 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경쟁을 두고 "K-방산이 드디어 전략무기 분야에서 유럽 전통 강국과 맞붙는 첫 시험대"라며 "오르카 사업 수주 여부가 향후 유럽 시장 내 잠수함·함정 분야 진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MSPO 전시장에서 K-방산 기업들은 단순 무기 홍보에 그치지 않았다.
한화시스템은 유럽형 방공체계·레이더·무인체계 패키지를 선보였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적용 가능한 엔진 기술을 제안했다.
이른바 '토탈 디펜스 솔루션'으로 NATO 동맹국들에게 한국이 단순 공급자가 아닌 전략 파트너임을 강조한 것이다.
한 방산 전문가는 "폴란드와의 협력은 이미 전차·자주포를 넘어 항공·해양으로 확장되는 추세"라며 "만약 한국이 오르카 프로젝트를 따낸다면, K-방산이 '유럽 전략무기 시장'에서도 글로벌 주류로 올라서는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방산 전문가인 강은호 교수(전북대 방산연구소 소장, 전방사청장)는 이번 폴란드 MSPO 2025 전시회에서의 한·독 잠수함 대결은 단순한 수주전이 아니라, K-방산이 과연 '포병 강국'을 넘어 잠수함과 같은 '전략무기 공급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4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강조했다.
유럽에서 K-방산 전략무기 진출이라는 또다른 차원의 글로벌 방산 시장 판도 변화가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