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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전통동맹 안보 뒷전… 한국 핵자강론 불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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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5. 09. 07. 13:26

미 펜타곤, ‘중국 견제’보다 본토 방어 앞세워
유럽·아시아 방위 공백 불가피
동맹국 충격… “미국 리더십 공백”
“트럼프식 안보 실험”의 시험대
0907 US DOD
미국 국방부(펜타곤) 문장, 사진=United States Department of Defense (DoD) 홈페이지 캡쳐
미국 국방부가 새 국가방위전략(NDS) 초안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대응보다 자국 본토와 서반구(카리브해·남미)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을 중심 축으로 삼았던 기존 전략과는 정반대의 노선이다. 워싱턴 외교안보가에서 '트럼프 2기의 고립주의적 전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통한 워싱턴 D.C.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주 피트 헤그세스 미국방장관 책상 위에 제출된 초안은 중국·러시아와의 대결을 '우선순위'에서 한 발 빼고, △미 본토 치안 지원△서반구 마약 차단△국경 통제 강화 등 미국 영토 및 주변 지역 방어를 전략적 최우선에 올려놓았다.

워싱턴 정가의 유력한 폴리티코 (Politico) 언론매체가 이 내용을 지난 5일(현지시간) 단독 보도했고, 미국방부와 백악관은 논평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외교·안보 전반에 걸쳐 '아메리카 퍼스트'를 노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글로벌 배치 검토(Global Posture Review)와 미사일 방어 검토에서도 동맹국들의 '자기 방어 능력'을 강조하며, 미국의 개입 여지를 대폭 축소하는 방향이 잡혀 있다.

이번 초안은 아직 최종본이 아니지만, 그 뿌리에는 트럼프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해외 전쟁에 미국이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겠다"는 기조가 녹아 있다. 헤그세스 미국방장관 역시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으로 트럼프의 충성파 인사다.

0907 엘브리지 콜비
지난 3월4일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후보자(오른쪽)가 J D 밴스 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이번 전략 변화의 전조는 이미 여러 현장에서 드러났다. 올 여름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 D.C.에서 불법 이민 단속과 관련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을 때, 펜타곤은 수천 명의 주방위군을 투입해 치안 공백을 메웠다. 이는 미군이 사실상 국내 치안 임무에 투입된 첫 사례로 기록된다.

또 카리브해 일대에는 항공모함과 함께 F-35 전투기 10여 대가 파견됐다. 공식 명분은 '마약 유입 차단'이지만, 사실상 서반구 전체를 미국의 전략적 '앞마당'으로 규정하고 군사적 영향력을 직접 행사하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9월 2일에는 미군이 카리브해 국제수역에서 베네수엘라 갱단 '트렌 데 아라과(TdA)' 소속 보트를 공격해 11명을 사살했다. 해당 보트에는 마약이 적재돼 있었고, 미군은 "즉각적 위협"이라며 교전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비전투원 사살 논란이 불거졌고, 국제인권단체들은 "무력 남용"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이 영상을 직접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공유하며 "나르코 테러리스트를 응징했다"고 치켜세웠다. 미국은 지난 2월 TdA를 외국 테러조직(FTO)으로 지정했지만,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과의 직접 연계성은 아직 불분명하다.

워싱턴 외교안보가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중국과 러시아는?"이라는 질문으로 모인다. 2018년 NDS가 '중국·러시아의 권위주의적 도전'을 최대 위협으로 못 박았던 데 비해, 이번 초안은 사실상 이를 한 발 물러서는 셈이다.

콜비 미국방정책담당 차관이 이끄는 검토에서는 유럽 주둔 미군 8만 명 중 일부 철수가 검토되고 있으며, 발트해 보안 이니셔티브(BSI) 예산 삭감도 추진 중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폴란드 주둔 미군은 유지하되 독일과 발트 3국에서의 병력은 단계적으로 줄일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 역시 일본·한국 방위 공약의 구체성이 빠진 상태라 동맹국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만약 이번 전략이 그대로 채택된다면, 2차대전 이후 유지돼 온 미국의 글로벌 안보 틀은 근본적으로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NATO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시점에 미국이 유럽 개입을 축소한다면, 러시아가 다시 공세에 나설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결국 이번 논란은 미국이 동맹을 중시하던 '글로벌 경찰'에서 스스로 한 발 물러서 '요새 국가(Fortress America)'를 지향하는 대전환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국방부 안팎에서는 "트럼프가 이 실험을 끝까지 밀어붙일 경우,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은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와 "미국이 더 이상 세계의 군인 노릇을 할 필요는 없다"는 옹호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종본은 연말쯤 발표될 전망이다. 하지만 초안만으로도 워싱턴과 동맹국의 충격은 이미 시작됐다.

북핵과 글로벌 안보문제에 정통한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미국이 본토 방어와 서반구 중심으로 전략 우선순위를 재편한다는 것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이 미국의 핵우산을 그대로 신뢰하기 어려워졌다는 신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노선은 동맹의 안보를 미국 본토 이익에 철저히 종속시키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7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정성장 부소장은 또한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하며, "미국이 중국·러시아 견제에서 발을 빼고 동맹 방위를 뒷전으로 미룬다면, 우리의 안보 공백은 불가피합니다. 결국 한국 스스로의 독자 핵무장 여부를 진지하게 논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미국 전략의 변화를 '일시적 현상'으로만 보는 것은 위험한 착각일 수 있습니다." 라고 7일 언급하고, 결국 한국 스스로의 독자 핵무장 여부를 진지하게 논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대신 본토"라는 전략적 우선순위 전환은, 트럼프 2기의 안보 실험이 전 세계 안보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 시험대가 되고 있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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