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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굿즈 열풍은 전통을 어떻게 재해석하고 확장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젊은 세대에게 전통은 교과서 속 한 단락이 아니라, 일상에서 소비하고 즐기는 감각적 경험으로 다가왔다. 에코백, 스티커, 머그컵과 같은 생활용품에 전통 문양이나 캐릭터를 녹여낸 시도가 주효했다. 전통은 먼 과거가 아니라, 현재 삶에 자연스럽게 얹힐 때 새로운 매력을 발한다.
하지만 굿즈 열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통이 단순히 '예쁜 디자인'으로 소비되는 순간, 본래 담고 있던 역사와 의미는 희미해질 수 있다. 따라서 굿즈는 전통을 향유하는 '입구'의 역할을 해야지, 그 자체가 끝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중적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통문화를 경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전통 공연이나 유물 해설을 단순 관람에 그치지 않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과 디지털 체험으로 확장해야 한다. 조선시대 문양을 직접 새겨보거나, 증강현실(AR)을 통해 고대 유물을 가상으로 복원해보는 체험은 단순한 흥미를 넘어 학습 효과까지 제공한다. 또한 학교 교육과 박물관의 연계를 강화해 학생들이 전통을 자신의 삶과 연결된 문화적 자산으로 느끼도록 해야 한다.
케데헌의 인기는 해외 전파 가능성도 품고 있다. K-팝, K-드라마가 세계인에게 익숙한 콘텐츠가 된 만큼, 한국 전통문화 역시 새로운 한류의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단청 문양을 현대 그래픽 디자인과 결합해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거나, 메타버스를 통한 가상 전시로 해외 관객에게 한국 전통을 친근하게 소개하는 방법이 있다.
전통문화의 지속적 인기를 위해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지방 박물관, 전통 공예인, 지역 축제가 함께 연결되는 문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민간 기업과의 협업도 중요하다. 패션, 게임, 영상 콘텐츠와 전통 요소가 결합하면 전통은 더욱 넓은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다.
케데헌의 인기는 전통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증명하는 신호탄이다. 그러나 그것을 일시적 유행으로 끝낼 것인가, 지속 가능한 문화적 자산으로 발전시킬 것인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굿즈와 체험, 교육과 세계화 전략, 지역과 민간의 협력이 어우러질 때 전통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 숨 쉬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