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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만에 금융정책과 감독 체계가 바뀌면서 당국은 물론 업계 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2곳에서만 받던 규제와 검사를 앞으로는 4곳에서 받게 될 상황이기 떄문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금융감독 개편안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되고, 금감원은 존속됩니다. 다만,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 업무를 따로 떼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신설되죠. 금융위원회의 금융 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가 맡습니다. 사실상 금융 감독 기능만 따져보면 금감위, 금감원, 금소원까지 늘어나게 된 셈입니다.업계서 "시어머니만 4명으로 늘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일례로 매년 9~10월에 열리는 국정감사가 고민거리로 꼽힙니다. 금융권에선 정무위원회 국감에만 참석해왔는데, 앞으로는 재경부의 금융정책 기능 등으로 기획재정위원회의 국감까지 받게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입니다. 여기에 국감때마다 금융사에 요구하는 각종 자료 수준 또한 방대하게 늘어날 것이란 예상도 나오죠. 특히 재경부는 세종에 있어 오가는 시간 또한 만만치않을 것이란 의견입니다.
이날 금감원장도 정부의 금융부처 개편에 우려를 나타냈는데요. 금소원에 검사나 제재 권한을 부여하게 될 경우, 금감원과의 중복 업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종 검사나 제재에 대해 금감위, 금감원, 금소원까지 나서게 된다면 금융권의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겠죠.
정부는 금감원과 금소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는 방침도 세웠는데요. 그동안 금감원은 민간기관으로써 독립성을 유지했지만,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정부로부터 예산과 인사 등의 통제를 받아 독립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투자자 보호'를 원칙으로 하는 정부의 기조에 증권사들이 모험자본 투입과는 거리가 먼 얘기라고 우려하는 배경입니다. 은행의 예·적금 상품도 아니고, 손실 위험이 있는 상품에 투자했어도 원금 손실이 났다면서 증권사에 책임을 묻는 것 또한 앞뒤가 안맞는다는 얘깁니다.
일부 증권사 내부에선 벌써부터 대관 인력을 늘려야하는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국감 때마다 국회에선 주요 CEO(최고경영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해 각종 금융사고 등에 대한 질타를 해왔는데요. 이를 피하기 위해 대관 인력들을 미리 늘리거나 관피아를 모셔 최악의 상황을 피하자는 속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