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년 이후까지 내다보는 것이 에너지 정책" 지적
업계선 자포자기 분위기도…학계는 강한 비판 목소리
"합리적 믹스必…전기요금 인상도 고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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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업계에 따르면 전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중장기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당장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가장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라며 원전을 후순위로 생각하는 듯한 의견을 내놨다. 재생에너지로 대규모 전력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취지다. 김성환 장관도 이미 정부 계획으로 확정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에너지 정책이 문재인 정부 시절의 '탈원전' 정책과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 정책 방향이 또 다시 바뀔 경우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해 10년 이상을 내다봐야 하는 정책 일관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원전 업계에서는 '자포자기 분위기'도 확산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정부 때 체코 원전 등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따내오면서 국가 경쟁력은 물론 원전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었지만, 또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분위기"라며 "씁쓸하지만, 정부가 하라는대로 해야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답답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실성이 없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가 니온다. 변동성 자원인 '재생에너지'로만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려면, 기저전원인 '원전'과 유연성 자원인 '액화천연가스(LNG)'의 역할이 필수다. 조화로운 전원믹스가 주목받는 이유다. 실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전원별 발전비중은 2038년 △원전 35.2% △재생에너지 29.2% △석탄 10.1% △LNG 10.6% △신에너지 3.8% △청정수소·암모니아 6.2% 등으로 확정했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교수는 "원전이 15년 이내에 준공이 되지 않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에너지 정책은 15년 뒤만 내다보는 것이 아니라 탄소중립과 증가하는 전력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합리적인 최적의 에너지 믹스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기엔 불안한 정책이다. 비현실적인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원자력학회도 비판에 나섰다. 학회는 입장문을 내고 "장기적인 안목의 에너지 계획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반도체와 AI, 미래차 등 첨단산업의 운명이 걸린 문제로, 돌이킬 수 없는 전력 대란과 산업 경쟁력 상실이라는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세계 각국이 AI 시대의 패권을 잡기 위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를 모색하며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에 사활을 거는 지금, 불안정한 에너지원에 국가의 미래를 맡기는 것은 우리 산업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드는 위험천만한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할 경우 '전기요금' 문제도 크다.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는 다른 발전원보다 월등히 비싸다. 지난해 주요 발전원별 단가는 킬로와트시(㎾h)당 △원전 66.3원 △석탄 143.6원 △LNG 175.5원 △양수 209.0원 △태양광 135.6원 △풍력 123.5원 등이다. 여기에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할 경우 더욱 비싸질 수 있다. ESS는 메가와트(㎿)당 20억원 수준에 달한다.
문주현 단국대 교수는 "전기요금이 상승하면 원자재 가격 상승, 공장 가동비 인상, 최종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고물가로 나아갈 것"이라며 "고물가 상황은 기업의 경쟁력이 악화되고, 신규 일자리 생성도 어려워진다. 에너지 정책은 국민과 기업이 안정적인 가격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데, 이와 전혀 반대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시 한전이 부채를 떠안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결국 국민과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정연제 교수는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오히려 한전에게 부담이 갈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처럼 한전이 부채를 계속 가져가는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