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취재후일담] ‘잠자는 신용카드’ 5년새 109% 늘어난 이유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915010008326

글자크기

닫기

이선영 기자

승인 : 2025. 09. 16. 18:10

이선영증명
이른바 '장롱카드'로 불리는 휴면카드가 최근 5년새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휴면카드는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이용실적이 없는 신용카드를 말하는데요. 고객들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이후 실제 사용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1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계 카드사 8곳의 휴면카드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1659만5000장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6월 말(1487만7000장) 대비 171만8000장 가량 증가한 수준인데요.

휴면카드가 늘어나기 시작한 건 지난 2020년부터입니다. 2020년 6월 말 기준으로 휴면카드 수는 795만9000장에 불과했습니다. 5년 만에 휴면카드 수가 109%가량 증가한 모습입니다.

카드사들이 업황 악화 속에서도 신상품 출시를 통해 영업 경쟁을 벌여온 결과 휴면카드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카드사들은 최근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중심으로 다양한 카드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죠. 대형 유통업체나 플랫폼과 손잡고 특정 소비층을 겨냥한 카드를 내놓으며 마케팅도 공격적으로 나섰죠.

문제는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기는 했으나, 장기 이용 고객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점입니다. 가입 초기 필요한 혜택만 사용하고 카드를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들도 다수 있기 때문입니다. 1인당 신용카드 보유 매수가 4~5장에 이르지만, 결국에는 주 이용카드 1~2장만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머지 카드는 휴면카드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정책 변화의 영향도 큽니다.이전에는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카드는 자동으로 해지하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휴면카드 수도 감소해왔습니다. 카드사들의 지나친 외형 경쟁을 막기 위해 시행된 정책이었죠. 하지만 지난 2020년부터 해당 정책이 변경, 1년 이상 사용을 하지 않더라도 자동 해지가 되지 않게 바뀌면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도 풀이됩니다.

단기적으로 신규 고객 확대를 꾀하는데 집중하기보다는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외형 확대만을 위한 마케팅은 결국 휴면카드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죠. 휴면카드 수가 늘어나면 카드사들의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관리 비용 증가와 비활성 계정 확대라는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이죠. 결국 소비자들에게 연회비 등을 통해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제는 카드업계가 단순히 고객을 늘리기 위한 영업 경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고객에게 맞는 서비스와 혜택을 강화해 장기 이용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을 고심할 때가 아닐까요.
이선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