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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나들이 한 제주 고기국수…“이젠 고향이 맛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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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완 기자

승인 : 2025. 09. 17. 16:13

제주사람들에게 고기국수는 인생이자 소울 푸드
집안 행사에 빠지지 않는 흑돼지가 국수의 맛 좌우
신사-수락산 역 맛집, 이젠 서울시민 입도 사로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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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7호선 수락산역 근처에 있는 몸냥집 고기국수, 오른쪽 3호선 신사역 인근 돈부지제담 고기국수./부두완 기자
제주 사람들의 고기국수 사랑은 유별나다. 제주도 출신 배우 겸 가수 문희경은 제주에 가면, 서울로 올라오기 바로 전, 고기국수를 먹어야 제주를 다녀온 맛이 난다고 했다. 문희경만이 아니다. 열에 일곱은 제주에 가면 먹는다고 한다. 이들에게 고기국수가 '소울 푸드'인 것이다.

제주도 국수의 역사는 100년 남짓하다. 관광상품이자 향토 요리로 자리 잡았다. 가장 큰 몫은 아마도 제주도 돼지고기, 특히 흑돼지의 역할이 크다.

제주에서는 집안 행사나, 마을 행사에 반드시 돼지고기와 수애(순대)를 삶아서 손님상에 나간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이러한 음식을 장만할 때에는 집에서 추렴(도축)했다. 도축 과정에서 촐(소와 말 먹이용 목초)로 그슬린다. 집안이 잘 살면 10마리 이상을 추렴하는 집도 있었다. 이렇게 많이 추렴하는 이유는 결혼식은 3일간, 장례 기간은 보통 5~7일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동네 사람들은 함께 행사를 도우며, 같이 나누어 먹었다.

제주인들은 돼지 추렴 시 머리, 솔디(돼지머리 턱 부분과 목살의 일부), 정각(앞다리 좌우), 후각(뒷다리 좌우), 갈리(갈비 좌우), 숭(오겹, 좌우), 부피(뒷다리 엉덩이와 꼬리 부분)를 넓고 큰 가마솥에서 장작불로 몇 시간 삶는다. 이후 고기를 건진 뒤 수애(순대)와 부속물을 넣고 삶아 낸 다음 건져 낸다. 그 다음 삶은 국물에 해조 중 몸(모자반)과 놈삐(무)를 넣어서 끓여낸 게 바로 몸국이다. 지금은 이러한 몸국을 맛보기가 흔치 않다.

이렇게 제주도의 상혼 문화가 이어지는 동안 국수가 제주에 나타난 것은 1900년 초다. 돼지고기 삶은 국물에 국수를 말아 팔기 시작한 무렵이 1950년 이후다. 1970년대 가정의례 간소화 정책과 분식 장려 운동으로 경조사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고기국수 대중화는 60여 년 전·후로 추측 된다.

기자도 어린 시절 몸국과 고기 삶은 국물에 고기 넣은 국수를 먹었던 기억이 넘친다. 지금은 제주에 가면, 전통의 맛이 살아있는 국숫집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주관적이긴 하지만, 기자의 어릴 적 맛을 느끼게 하는 식당을 2곳 소개한다.

제주시 올레국수와 진진국수다. 올레국수는 아침부터 관광객이 줄을 선다. 워낙 유명해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제주 토박이들의 단골인 진진국수는 흑돼지를 고명으로 한다. 국수를 내기 전에 삶은 흑돼지고기 두어 점을 먼저 애피타이저로 내놓는다. 물론 껍데기가 붙은 돼지고기다. 그래서 토박이들이 줄을 선다. 또한 돔베고기가 유명하다. 이들 식당은 국물과 돼지고기 맛 집이다. 국물과 고기는 배지근하면서도 면과의 어우러짐은 면치기를 하게 만든다.

이러한 맛을 찾아 20여년전부터 친구들과 서울 시내는 물론, 고양시까지 찾아다녔다. 그러나 서울에 있는 고기 국숫집은 돼지고기 두께가 얇다. 그리고 고기량도 작고, 특히 껍데기가 없는 곳이 많았다. 이러한 맛으로는 제주인들을 사로잡지 못한곳이 많았다. 이렇게 서울사는 제주인들은 고향의 맛을 품평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많은 곳에서 제주의 맛을 내고 있다.

이러한 고기국수는 제주인과 제주를 자주 다녀온 서울 사람들도 제주에서 먹었던 맛이 생각나 고기국수를 찾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서울에는 제주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곳은 없을까, 기자가 오랜 시간 동안 찾아 다닌 끝에 입맛을 사로잡은 집들이 있다. 주인들은 모두 제주토박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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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선 신사역 근처, 강남시장 안에 있는 돈불리제담 고기국수집./부두완 기자
먼저 찾은 순서대로 소개한다면, 강남시장 안에 있는 돈불리제담집이다. 이 집은 사당동에서 개업하고, 강남구 압구정로 강남상가아파트 1층 상가 쪽으로 이전 한 지 벌써 10여 년이다. 주인은 서귀포시 동흥동 출신이다. 주인이 직접 조리를 하고, 제주의 맛을 낸다. 요즘은 점심부터 저녁까지 서울 손님들로 가득하다. 이제는 제주 토속음식점보다 서울 강남 신사역 맛집으로 소문났다. 특징은 국물을 적신 고기는 부드럽고, 육즙이 가득해 고기와 국수를 얹어 먹을 때 베지근함이 깊게 베어나온다. 바로 고향의 맛이다. 심지어, 제주에서 올라온 초등교 교장은 제주 국숫집보다 자기의 입맛을 더 사로잡핬다고 했다.

고기국수 외에도 제주 사람들의 입맛을 찾아 낸, 적자 뼈 국과 돔베고기 등이 있다. 예약은 룸만 가능한데, 직접 전화해서 제주 음식세트를 선주문해야 한다.

두번째 집은 노원구 동일로, 수락산역 5번 출구에 있는 몸냥이다. 몸냥은 제주어로 표현하자면, 마음대로 편히 드시고 가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주인은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출신이다. 노원에 살고있는 대학 동창이 다녀와서 소개해줬다. 제주 친구들과 때로는 노원과 의정부 등 지인들과 함께 다니는 나름의 서울 수락산 맛 집이 되었다.

16명이 앉으면 꽉 차는 작은 식당이다. 국수의 특징은 면에 치자를 섞었다. 한방에서 치자는 해열, 항염, 간 기능 개선, 피부 건강, 불면증 완화 등 다양한 효능을 지닌 전통 한약재라고 쓰여있다. 그래서 면은 쫄깃함이 있다. 고기와 잘 어우러진 담백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제주 사람들이 좋아하는 새우리(부추) 김치와 어울려 맛을 낸다. 된장과 풋고추 또한 제주를 연상시켰다.

특히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는 어떻게 잡았는지 냄새는 전혀 없고, 마치 고소함 마저 든다. 그래서 돔베고기 하나를 추가하게 되는 집이다. 몸국과 제주식 돼지국밥이 있다. 이러한 맛 때문일까. 요즘 점심에는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수락산 맛집으로 자리를 잡은지 벌써 5년이 훌쩍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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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선 수락산 5번출구 근처에 있는 고기국수집 몸냥./부두완 기자
부두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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