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임차인 보호 방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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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에 거주중인 강다영씨(29)는 2년 전 '깡통주택' 전세사기를 당했다. 강씨는 당시 '중소기업 청년 전세대출(중기청)가능 매물'이라는 문구를 믿고 은행으로부터 8000만원을 대출 받아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강씨는 "정부가 운영하는 정책 대출이 가능하다면 안전한 건물일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대인은 현재 파산하고 건물은 경매에 넘어간 상태다. 강씨는 여전히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매달 10만원씩 이자를 갚고 있다.
정부가 보증하는 전세자금대출 제도가 전세사기에 악용되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사기로 인한 피해는 정부와 임차인이 떠안는 반면 별다른 규제 없이 대출을 내준 은행권은 '이자 장사'로 이익을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참여연대에 따르면 2012년 23조원이던 전세자금대출 규모는 올해 6월 말 기준 167조원으로 늘어났다. 전세대출은 정부 기관의 보증을 받은 개인이 시중 은행에서 자금을 대출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세대출 규모가 늘자 깡통전세, 신탁 주택 등 전세 관련 문제가 속출하는 실정이다.
금융기관이 자세한 검증 없이 전세대출을 무분별하게 실행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심사 시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이나 임대주택의 권리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지만, 임차인의 신분과 소득만 확인하는 등 형식적인 심사를 거쳐 손쉽게 대출을 내줬다는 것이다. 최하은 민달팽이유니온 상임활동가는 "무분별하게 대출을 내준 것은 금융기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책임은 임차인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은행권은 전세대출을 이용해 수십조의 '돈놀이'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세대출 이자로 23조7000만원을 벌어들였다. 이들은 전체 전세대출 시장의 91%를 점유해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임재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교수는 "전세 계약을 공공 기관이 중개하는 간접 금융 방식의 거래로 개혁하고, 전세대출의 원금상환의무와 이자납부의무를 임대인과 임차인이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