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파이팅!K-기업] 규제에 발 묶인 ‘K-스타트업’…인재들 한국서 짐 싼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917010009207

글자크기

닫기

장지영 기자

승인 : 2025. 09. 17. 17:03

정규직 중심 규제, 현장서 충돌
핵심 연구인력 해외 진출 급증
AI인재 순유출 OECD국 최하위
GettyImages-jv14175991
스타트업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게티이미지뱅크
clip20250917154310
한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한국어 특화 대형 언어모델(LLM)과 AI 반도체·딥테크 분야에서 성과를 내며,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발목을 잡는 건 기술의 장벽이 아니라 제도다. 강화된 노동 규제가 스타트업 현장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AI 스타트업들은 초거대 언어모델, 반도체, NPU(신경망처리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업스테이지는 한국어 특화 언어 모델을 선보였고,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는 AI 반도체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CES(미국 소비재 전자 전시회)·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HIMSS(글로벌 보건의료정보 시스템 컨퍼런스)와 같은 국제 전시회에 꾸준히 참가하며 기술력을 알리고 있으며, 의료·보안 등 특화 영역에서도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국내 제도 환경이다. '노란봉투법'으로 상징되는 근로자 보호 입법은 대기업뿐 아니라 초기 벤처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빠른 인력 채용과 프로젝트 단위 계약이 핵심인 스타트업 운영 방식과 정규직 중심의 경직된 제도가 충돌하면서 혁신 속도가 제한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와 비교하면 차이는 뚜렷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성과 중심 계약과 프로젝트형 계약이 일반화되면서, 기업은 필요할 때 인재를 투입하고 종료 시 계약을 정리할 수 있다. 유럽도 근로자 보호 제도가 강하지만 첨단 산업에는 프로젝트 계약과 시간제 고용을 폭넓게 허용한다. 반면 한국은 정규직 중심 규제를 벤처에도 그대로 적용해 사실상 '속도전'이 불가능하다.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지만, 제도적 제약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재 유출까지 심화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스타트업 개발자들이 미국·유럽 연구소와 글로벌 빅테크로 자리를 옮겼고, 일부 기업에서는 핵심 연구진이 실리콘밸리로 빠져나갔다. 카이스트·포스텍 출신 석·박사 인력도 졸업 직후 해외로 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인구 1만명당 인공지능(AI) 인재 순유출은 -0.3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에 머물렀다.

플러스면 인재가 유입되고, 마이너스면 인재가 빠져나간다는 뜻인데 룩셈부르크(+8.92명), 독일(+2.13명), 미국(+1.07명)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뚜렷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국은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시장 주도권은 해외에 내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혁신과 규제의 균형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가 아닌 산업 특성에 맞춘 유연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익성 동덕여대(뉴에듀케이션칼리지 원장)교수는 "노란봉투법뿐 아니라 기업을 옥죄는 강력한 법들이 늘어나면서 기업가 정신이 저해되고 있다. 과거 경영자의 몫이던 의사결정까지 노조와 협의해야 하는 구조가 되면, 스타트업은 물론 모든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며 "AI 산업의 경우 자동화가 핵심이지만, 이는 노동자의 일부 기능을 대체하는 성격이라 노조가 반대할 수밖에 없다. 노동 규제가 강화되면 기업들은 인력을 쓰지 않으려 하고, 처음부터 고용을 피하려는 흐름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현 제도가 유지된다면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만 규제에 묶일 경우 'K-스타트업'은 기술력은 확보했지만 시장 주도권은 다른 나라에 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