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년 달 착륙 프로젝트 본격화
누리호 4·5차 발사체 실증계획 공개
배터리·카메라·통신 모듈 등 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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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가전 등 주력 사업의 성장 정체를 새로운 기회로 돌파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대규모 전략으로 추진되는 만큼 LG의 이번 행보는 장기적 산업 지형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7일 LG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스타트업 발굴·육성 행사 '슈퍼스타트 데이 2025'에서 국내 유일의 달 탐사 로버 개발 스타트업 무인탐사연구소와 함께 추진하는 우주산업 실증 계획을 처음 공개했다. LG는 올해 11월 발사되는 누리호 4차 발사체에 LG이노텍의 카메라 모듈, 내년 6월 예정된 누리호 5차 발사체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셀과 LG전자의 통신 모듈용 안테나를 각각 탑재한다. 이를 시작으로 오는 2032년 달 착륙과 탐사를 목표로 장기 프로젝트를 이어간다.
이번 실증은 우주 전용 부품을 별도 제작하지 않고 기존 양산품을 우주 환경에 맞춰 보완해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LG는 이를 통해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여 민간 기업이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우주산업에 진입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LG와 무인탐사연구소는 누리호 실증 경험을 토대로 탐사 로버, 위성 등 다양한 우주기술 개발을 확대할 계획이다.
LG의 이번 도전은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진행된다. LG는 지난 6월 우주항공청(KASA)과 간담회를 열고 민간 중심 우주산업 생태계 확대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LG는 이 자리에서 '우주 헤리티지(우주 환경에서 검증된 이력)' 확보를 향후 목표로 제시하고 정부의 테스트 인프라 구축 및 기술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청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민간이 뉴스페이스 핵심 주체로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기업 친화적 산업 환경 조성을 약속했다.
LG는 이번 프로젝트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6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우주복에 리튬이온배터리를 공급한 경험을 기반으로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보장하는 고도화된 배터리를 제공한다. LG이노텍은 스마트폰 중심의 카메라 모듈 기술을 자동차와 로봇 등으로 확장해왔으며 이번 누리호 4차 발사체를 통해 우주 탐사 로버에 직접 적용한다. LG전자는 통신 특허와 전장사업 역량을 결합해 '빔 포밍(Beam Forming)' 기술 기반의 통신 모듈을 선보이며 위성 및 탐사선 통신 시스템에 기여할 계획이다. 우주 탐사 로버와 위성은 자동차, 로봇처럼 움직이는 기기라는 점에서 LG의 전장사업과도 높은 연관성을 가진다. LG는 로버 개발 경험을 자동차용 전장기술과 연결해 지능형 모빌리티 생태계를 확장하고 전장사업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는 2030년 5900억달러(약 820조원)에서 2040년 1조1000억달러(약 1528조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 미국 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한국은 누리호 발사 성공 이후 민간 기업의 본격적인 참여가 확대되는 단계다. LG의 이번 실증 프로젝트는 단순히 신사업 진출을 넘어 한국형 뉴스페이스 생태계 구축의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정수헌 LG사이언스파크 대표는 "스타트업의 창의적 혁신과 자유로운 도전, 변화를 만들어가는 슈퍼스타트 데이가 한국판 유레카 파크(CES 스타트업존)처럼 성장하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LG는 이번 누리호 실증을 시작으로 2032년 달 착륙이라는 장기 비전을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LG가 본격적인 도전을 통해 민간 중심 뉴스페이스 시대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