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부터 1년간 5만 명 일자리 잃어
|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지난 9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5'에서 "자동차 산업이 무너지면 독일 전체가 가난해진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는 성능 대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의 급부상에 대응해 "자동차 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독일 연방고용청에 따르면 8월 실업자는 302만5000명으로 2015년 2월 이후 처음 300만 명을 돌파했다. 계절적 요인도 작용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 15만3000명 늘며 증가세가 뚜렷하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서 실업 증가는 지속되고 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6월 기준 전년보다 14만 명 줄었고, 이 중 철강업에서만 11만 명이 감소했다. 반면 의료·간병·사회복지 분야는 각각 6만~7만 명 늘어 명암이 갈렸다. 무엇보다 이번 실업 증가는 주로 독일인에게 집중돼, 경기 둔화가 본격적으로 고용을 압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충격이 크다. EY 조사에 따르면 2024년 6월부터 1년간 독일 자동차 업계에서 5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이는 전체 산업 감원 인원의 45%에 해당한다. 독일경제연구소(IW)는 2030년까지 자동차 관련 고용이 9만 명 줄 것으로 내다봤다. 폭스바겐은 독일 내에서만 3만5000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전기차 판매 둔화, 중국 시장 부진,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까지 겹치면서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수출 중심 제조업 구조와 서비스업 기반 취약성 탓에 충격은 프랑스 등 타 유럽국보다 훨씬 심각하다.
독일 경제는 올해 동서독 통일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할 수 있다는 비관론에 휩싸여 있다. 다만 플러스 성장은 간신히 유지할 전망이나, 성장률은 0%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2분기 GDP는 전기 대비 0.3% 감소했다.
메르츠 정권은 헌법 개정을 통해 채무 억제 조항을 완화하고 대규모 재정 지출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주요 연구기관들은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할레경제연구소(IWH)는 2026년 실질 성장률을 0.8%로 전망했으며, 기업 파산 건수는 코로나19 이전의 1.5배 수준을 기록 중이다.
독일은 고령화와 인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고용 안정'이 특징이었지만, 장기 경기 침체로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지난 5월 취임한 메르츠 총리는 경제 위기와 고용 불안을 동시에 떠안으며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정치 지형도 요동치고 있다.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다투며 세를 넓히고 있다. 지난 14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지방선거에서도 AfD의 약진이 뚜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