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LG화학·롯데켐의 희망 ‘배터리 소재’… 美 비자수수료에 발목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922010011437

글자크기

닫기

김유라 기자

승인 : 2025. 09. 21. 17:47

양극재·동박 공장 세우며 투자 속도
석유화학 부진 속 첨단소재 체질개선
H-1B 변수… 생산 차질 우려 고조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이 미국에 잇따라 배터리 소재 공장을 세우며 현지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자 수수료 인상 발표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 둔화와 관세 장벽 강화로, 미국 첨단 소재 시장 선점이 주요 전략으로 자리 잡았지만 '비자' 이슈가 연이어 터지면서 인력 수급 등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실정이다.

21일 롯데케미칼이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주요 투자계획'을 살펴보면 미국 현지에 건설 중인 양극박 공장에 약 1억9000만 달러(약 27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해당 공장은 최근 기계적 준공을 마쳤으며 다음 해 양산을 준비 중이다.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미국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현지 동박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LG화학 역시 미국 테네시주에 대규모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첨단소재 부문 설비투자 규모만 1조3170억원으로, 지난해(9600억원)보다 약 36% 늘었다.

양사의 공격적인 투자 배경에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자리한다. 정부가 연말까지 주요 석유화학사에 구조조정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만큼, 범용 석유화학 사업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대신 배터리 소재와 같은 스페셜티 사업이 신성장축으로 떠올랐다. 당장은 전기차 수요 둔화로 불안 요인이 있지만, 글로벌 친환경 흐름 속에서 성장성이 기대되는 분야다.

특히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이 관세 장벽을 강화하고 있어, 현지 생산기지 확보는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비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전문직 비자인 'H-1B'의 수수료를 기존 대비 100배 인상하겠다고 밝혀 기업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미국 현지에서 외국 전문 인력을 고용하려면 1인당 1억4000만원의 수수료가 들기 때문이다. 현지 배터리 인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전문 인력을 파견하는 데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은 미국에 인력을 파견할 때 주로 단기 비자를 발급받는 상황이다.

최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공장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 당시에도, 미국 측은 단기 비자인 'B-1' 비자로 근무한 점을 문제 삼았다.

기업들은 당장은 '사업 차질이 없을 것' 이라며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는다. LG화학 관계자는 "근로자 구금 사태 이후 현지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중대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향후 변수가 발생하면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 역시 "양극박 공장은 기계적 준공을 마쳤고, 주재원과 현지 채용 인력을 이미 확보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앞선 배터리 공장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에 이어, 이번 비자 수수료 인상까지 겹치면서 현지 배터리 생산이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측은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의 비자 협상에서 전문직용 H-1B 비자 쿼터 확보를 추진 중이었으나, 이번 수수료 인상으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협상이 길어질수록 미국 현지 배터리 생산에도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 있는 한국 배터리 생산 기업들은 배터리 소재사들에겐 주요 고객"이라면서 "비자 이슈와 현지 배터리 생산 상황 등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유라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