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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를 열고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6월 방한했을 당시,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판문점 번개'를 깜짝 제안했고 다음날 북미 판문점 회동이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한 이후부터 수 차례나 김 위원장에 대한 친분과 호감을 언급해 왔다. 그는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도 "김정은과 나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가졌고, 여전히 그렇다"면서 "연내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이에 APEC을 계기로 또 한번 북미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김 위원장이 '비핵화 포기'를 북미대화의 조건으로 내걸어 대화 성사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밝힌 만큼 유연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국가)로 지칭하며 핵보유국임을 인정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와 관련해 "트럼프가 결단을 내릴지 여부에 따라 북미 정상 간 만남 재개될 수 있다"며 "그러나 북한의 핵 고수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근본적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대미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 스타일을 활용하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빅딜' 가능성을 떠보려는 의도가 담겨있단 설명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와 체제 등을 인정할 경우 회담과 대미협상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라며 "과거와 같은 비핵화 협상은 불가함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이재명 정부의 '중단-축소-비핵화 3단계 비핵화론'에 대해 "우리의 무장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 베껴온 복사판"이라며 "우리는 명백히 우리와 한국이 국경을 사이에 둔 이질적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임을 국법으로 고착시킬 것"이라고도 비난하기도 했다. 특히 '적대적 두 국가론'을 부각하며 남한과 어떤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에 통일부는 "정부는 북측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다"면서 "북미대화 지원 등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긴 안목을 갖고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통해 남북 간 적대성 해소와 평화적 관계 발전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