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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메이커’ 이어 ‘END 이니셔티브’…실용 돋보이는 李 비핵화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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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목용재 기자 | 뉴욕 홍선미 기자

승인 : 2025. 09. 24. 02:30

이재명 대통령, 유엔 기조연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골자로 한 한반도 비핵화 3단계 로드맵 'E.N.D 이니셔티브'를 제시한 것은 북한 핵개발이 상당부분 완료된 만큼 비핵화가 당장 실현되기 어렵다는 현실론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중단'이라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목표와 그에 따른 경제 제재 완화 카드로 북한을 미국의 대화 테이블로 이끌고, 이 과정에서 남북 대화까지 유도해 비핵화를 유도하는 것이 더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이다.

◇"비핵화 단기 해결 어려워…좀 더 현실적인 목표로 일부라도 달성해야"
이 대통령은 앞서 유엔 순방 전 가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대북전단과 대북방송의 선제적인 중단으로 남북관계를 선순환의 구조로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문제는 우리가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결실 없는 노력을 계속할 것인지, 좀 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 중 일부를 달성할 것인지 여부"라고 언급한 바 있다. '좀 더 현실적인 목표'로 '교류'와 '관계정상화'를 먼저 꺼내든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비핵화는 엄중한 과제임에 틀림없지만 단기간 해결되기 어렵다는 냉철한 인식의 기초 위에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지난 달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피스 메이커'를 요청하며 자신은 '페이스 메이커'가 되겠다고 한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비핵화 협상의 중심에 서겠다는 실익 없는 입장을 고수하기 보다 북한에 접근 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도권을 넘겨서라도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철저한 실용주의자'의 해법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E.N.D 이니셔티브'를 제시하며 남북 간 무너진 신뢰 회복을 위한 3가지 원칙도 다시금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이 없다는 상호존중의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 연설에서 헌법에 '적대적 두 국가'를 명시할 것임을 시사하고 "한국과 마주앉을 일이 없을 것",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쏟아낸 바 있어 이 대통령의 'E.N.D 이니셔티브' 이행에 난항이 예상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통일을 떠나 남북 교류를 하면 북한도 이익이 될 수 있다"며 "비핵화 협상은 북미에 맡기고 한국 정부가 직접할 수 있는 교류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 대통령 기조연설 듣는 참모진
김용범 정책실장 등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인권 대통령경호처장,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최희덕 국가안보실 외교정책비서관, 더불어민주당 차지호 의원,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김용범 정책실장. /연합뉴스
◇한강·경주 APEC로 '책임 국가' 부각…"韓 민주주의 저력, 전 세계의 것 될 것"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데뷔 무대인 이 자리에서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천명하며 이 동력을 세계 평화 기여로 이어가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노벨상 수상자 한강, 10월 예정된 경주 APEC 정상회의 등을 언급하며 한국의 AI(인공지능), 케이컬쳐 역량을 부각하며 외교 리더십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겨울, 내란의 어둠에 맞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뤄낸 '빛의 혁명'은 유엔 정신의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 역사적 현장이었다"며 "대한민국이 보여준 놀라운 회복력과 민주주의의 저력은 대한민국의 것인 동시에, 전 세계의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라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말처럼,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을 함께할 모든 이들에게
'빛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 기술이 안보 역량을 결정하고 사이버 공격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시대, 우리는 '보이는 적'을 넘어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서야 한다"며 "내일 안보리 의장으로서 주재하는 공개토의 자리가 AI의 책임 있는 이용을 촉진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달 대한민국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에서 'APEC AI 이니셔티브'를 통한 AI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자 한다"며 "첨단기술 발전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기여하는 '모두를 위한 AI'의 비전이 국제사회의 '뉴노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목용재 기자
홍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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