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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에 따르면 대만 동부 화롄현에서는 저수지가 폭우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면서, 거대한 물줄기가 마을을 덮쳤다. 대만 소방당국은 라가사가 22일부터 대만 외곽을 스치듯 지나며 강한 비바람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에서는 도심 도로가 텅 비고, 금융 중심지인 홍콩섬 동·남부 해안에는 높은 파도가 밀려왔다. 홍콩 천문대는 "기존에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지역도 갑자기 위험해질 수 있다"며, "해상은 높은 파고와 큰 너울로 매우 험난한 상태"라고 경고했다.
라가사는 이날 정오 무렵 홍콩 남쪽 약 100km 해상을 가장 근접해 지나갈 것으로 예보됐다. 홍콩 당국은 최고 수준인 10호 태풍 경보를 발령하고, 교통편과 상업 활동의 전면 중단을 지시했다.
태풍은 슈퍼 태풍의 세력을 유지한 채 중국 광둥성 연안에 이날 정오부터 늦은 오후 사이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1억 2500만명이 밀집한 광둥성에서는 이미 77만명 이상이 긴급 대피했다고 국영 CCTV가 보도했다.
인접한 마카오도 홍콩과 마찬가지로 최고 단계인 10호 태풍 신호를 발령해 경계를 강화했다.
홍콩 정부는 시 전역에 49곳의 임시 대피소를 마련했으며, 현재까지 700명 넘는 주민들이 피신한 상태다. 다만 홍콩 증권거래소는 지난해 말부터 기상 상황과 관계없이 거래를 이어가기로 한 정책에 따라 정상 개장을 유지했다.
태풍 접근이 알려지자, 홍콩 시민들은 슈퍼마켓으로 몰려들어 식료품과 생필품을 대량으로 사들였고, 일부 매장 앞에서는 몇 시간씩 줄이 늘어섰다. 주민들은 창문에 테이프를 붙여 유리 파편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 애썼다.
홍콩 남부에서는 한 여성이 다섯 살 아들과 함께 해안가에서 태풍을 지켜보다 거센 파도에 휩쓸려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모자는 현재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