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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기업이었다면 문제될 일은 전혀 없다. '집안싸움'으로 치부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빠 윤상현 부회장의 콜마홀딩스와 동생 윤여원 대표의 콜마비엔에이치는 모두 상장기업이다. 오너일가의 소유물이 아니다. 소액주주, 기관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구조다. 그럼에도 오너일가는 기업을 소유의 개념으로 생각하며 가족간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한국형 기업 지배구조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소위 말하는 한국의 재벌기업들은 강력한 오너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산업을 이끌어왔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그에 대한 절대적 권한도 크다. 하지만 1세대에 이어 2·3세대로 이어지면서 권한만 점점 비대해지고 그에 따른 책임은 퇴색돼 가고 있는 분위기다.
기업 승계 과정의 불투명성, 책임과 권한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지배구조 문제 등과 연관되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간 분쟁은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왕자의 난'으로 유명한 범현대가(家) 2세들 간의 경영권 분쟁은 물론 두산그룹, 금호그룹, 롯데그룹까지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갈등의 역사는 반복돼 왔다.
남는 건 기업 이미지 훼손과 기업 가치의 몰락이다. 결국 그룹이 분리되고, 서로를 향한 공세에 치부가 드러나면서 그룹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모두 기업을 소유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면서 생긴 일이다. 우리나라 기업도 글로벌 기업처럼 경영과 소유의 분리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점점 산업이 복잡해지고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는 만큼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춰 경영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최대주주는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잘하는지 못하는지에 대한 감시자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 그게 곧 주주가치 제고다.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기업구조를 변화시킬 수 없다면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소액주주가 피해를 볼 수 없도록 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현재의 거수기식 이사회로는 안된다. 오너일가의 득보다는 기업의 득을 더 따질 수 있는 독립성과 감시 기능이 강화된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