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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사벽’ 베트남 집값에 총리도 일갈…”주택 공급 확대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 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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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9. 2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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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민 찐 베트남총리/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집값이 너무 비싸다. 아파트 1㎡당 가격이 7천만~1억 동(약 370만~528만 원)씩이나 하는데 수요가 없다니 당신들은 어디 하늘에 앉아 있느냐"

팜 민 찐 베트남 총리가 최근 주택 정책·부동산 시장 대책 회의에서 부동산 업계와 관료들을 향해 던진 이례적인 '분노의 일갈'이 베트남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찐 총리는 "집이 필요한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지만 집값이 너무 높아 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해 주택 건설을 늘릴 것을 촉구했다.

찐 총리의 이런 '일갈'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베트남의 부동산 가격이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젊은 세대들의 미래를 위협하는 사회적 재앙이 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현재 베트남 대도시의 부동산 시장은 광란에 가깝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수도 하노이와 경제 중심지 호치민시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5.6% 상승해 1㎡당 8000만 동(약 422만 원)을 돌파했다.

이는 베트남 직장인의 평균 연봉이 9840만 동(약 52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수치다. 평범한 직장인이 1년 내내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수도권 아파트 한 평(3.3㎡)을 사기조차 어려운 것이다. 일부 신축 고급 아파트의 경우엔 1㎡당 2억 동을 훌쩍 넘어 70㎡(약 21평)짜리 아파트 한 채가 140억 동(약 7억 4000만 원)에 달하기도 한다. 일반 서민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넘사벽' 집값이다.

베트남의 이러한 부동산 가격 폭등의 배경에는 경제 성장에 기댄 막대한 부동산 신용대출이 자리 잡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도 자산 거품 붕괴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살인적인 집값은 베트남 젊은이들의 삶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특히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나홀로 가구'를 선택하는 젊은 층이 급증하면서 인구 1억의 베트남에서도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응우옌 티 타인 투이 하노이 문화대 교수는 "젊은 커플들은 감당할 수 없는 집값, 비싼 교육비와 의료비라는 거대한 장벽에 직면해 있다"면서 "안정적인 주거 공간이 없기 때문에 감히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베트남의 합계출산율은 계속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호치민시의 경우 1.39명까지 떨어져 대체출산율(2.1명)을 크게 밑돌고 있다. 여성들의 평균 초혼 연령도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고 '결혼보다는 커리어가 먼저'라는 인식도 젊은 세대 사이에 널리 퍼져있다.

이런 상황에 결국 총리가 직접 나서서 강력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찐 총리는 주택 공급 확대와 부동산 시장의 불균형 해소를 지시했다. 아울러 중앙은행에도 "합리적인 금리"의 부동산 대출 정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찐 총리가 강조한 해법은 저소득층이 저렴한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는 '사회주택' 공급의 대대적인 확대다. 그는 각 지방정부에 사회주택 프로젝트의 속도를 높일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찐 총리는 적절한 주택 정책 시행과 부동산 시장 개발이 물가상승률을 통제하면서 빠르고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방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4.5~5.0% 범위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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