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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종필 KB손보 소비자보호본부장 “고객서비스보다 고객경험이 더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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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혁 기자

승인 : 2025. 09. 24. 18:00

사일로 현상 최소화 위해 전력투구… 고마워·고객중심 CS교육
소비자보호본부, CEO 직속 편제 … 강력 권한으로 전 과정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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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는 정종필 KB손해보험 소비자보호본부장. /KB손해보험

"CS(고객서비스)보다는 CX(고객경험)가 관건입니다. 고객경험을 제대로 관리 못하는 회사는 앞으로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정종필 KB손해보험 소비자보호본부장(전무)은 24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보험업계가 놓인 미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 전무는 1996년 KB손보의 전신인 LG화재에 입사해 약 30년 동안 보험업계에 몸담은 보험통이다. 교육운영과 보상실무, 영업관리 등을 거쳐 현재 소비자보호본부장을 맡고 있는 보험업계 '베테랑'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업무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고객경험'이다.

그는 "정보 매체의 발달로 소비자의 힘이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며 "과거에는 좋은 상품과 친절한 서비스, 즉 CS만으로 충분했지만, 이제는 고객이 브랜드를 접하는 모든 과정에서의 경험인 CX를 제공하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정 전무는 한 사례를 소개했다. 남편을 잃게 된 아내 A씨는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 서류를 준비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원본 서류를 매번 요청받는 등 남편의 죽음을 상기시키는 일이 계속 벌어졌다. 규정상 사망보험금 수령의 경우 사망 확인을 할 수 있는 원본 서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보험사 직원이 계속해서 원본 서류를 요구한 것이다. 아무에게도 잘못이 없다. 오히려 직원은 CS 차원에서 제대로 관리를 한 것이다. 하지만 고객은 남편의 죽음을 지속적으로 떠올려야 하는 불편한 경험을 겪었다.

이처럼 정 전무가 추구하는 건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의 이익을 생각하는 고객중심 문화다. 보험업은 그 특성상 고객의 말 못 할 사정까지 삶 속에 깊숙하게 관여하는 만큼,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인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업은 부서 간 전문성과 입장이 달라 고객 중심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예컨대 고객응대 부서는 보험금을 빨리 고객에 지급하고 싶지만, 보상 부서는 손해사정, 인수 부서는 손해율 관리를 담당해 각 부서의 협의 과정이 길어지면서 빠른 보험금 지급이 어렵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고객은 불편한 경험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 전무는 "보험사의 각 부서는 고유의 전문성을 갖고 있어 고객중심의 소통과 협업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 단절된 고객경험을 제공하게 된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서 간의 정보 공유와 소통, 협업'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중구 KB손해보험 소비자정책파트 파트장과 소속 직원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김중구 KB손해보험 소비자정책파트 파트장(왼쪽에서 여섯번째)과 소속 직원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KB손해보험

이에 KB손보는 부서 이익만 추구하며 서로 소통과 협업을 외면하는 사일로(Silo)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고마워(고객중심 마인드셋 워크숍)'과 '고객중심 CS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불시 점검도 나선다. 고객의 눈으로 개선점을 찾고 고객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보험상품 판매 단계의 절차와 설명이 고객 관점에서 잘 이뤄지는지 점검하는 제도다. 경쟁사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연간 1000개 가량의 판매 과정을 점검하는 건 KB손보가 유일하다.

또 소비자보호본부가 상품개발 단계부터 마케팅, 약관 제작 등 모든 과정에 관여한다. 이를 통해 고객 관점에서 불리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없는지 심의한다. 필요시에는 거부권에 준하는 권한으로 수정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KB손보가 소비자보호본부에 힘을 불어넣고 있는 건 인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보험업계에서 소비자보호본부는 상무급 인사가 본부장을 맡는다. 하지만 KB손보의 경우 소비자보호본부에 전무급 인사를 앉혔다. 그러면서 최고경영자(CEO)의 직속으로 편제해,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다.

정 전무는 "모든 활동이 '고객에게 가장 신뢰받는 평생 희망파트너'라는 회사의 비전과 맞닿아 있고, 비전 달성을 위해 고객중심을 회사의 핵심가치 중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며 "차별화된 고객중심 문화를 통해 소비자가 KB손해보험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가장 신뢰하며, 가장 갖고 싶은 보험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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