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의 주인공 줄리아 오다는 실존 인물로,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붙잡혀 간 조선 여인이다. 그녀는 고니시 유키나가의 부인 쥬스타를 모시며 깊은 천주교 신앙을 갖게 됐고, 이후 일본 천하통일을 이룬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궁에서 시중을 들게 된다.
예수회 소속 히람 신부가 1606년 예수회 총장에게 보낸 편지에는 "궁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시중을 들며 봉사하고 있는 여성 가운데 조선인 천주교인이 있다"며 "그녀의 신앙생활은 속세를 떠난 수도자에 버금가는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기록돼 있다.
또한 코우로스 신부는 1613년 서한에서 "조선의 젊은 여인 줄리아는 사려와 분별력이 있는 드물게 보는 인물로 장군으로부터 중하게 여겨졌고, 궁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줄리아 오다의 진가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두 가지 명령을 거부한 데서 드러난다. 그녀는 '기리스탄(크리스천)을 버리라'는 것과 '후궁이 되라'는 이에야스의 지엄한 명령을 당당히 거절했다.
소설 속에서 줄리아는 "지상의 왕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하늘의 왕인 주님을 불편하게 할 수는 없다"며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도쿄에서 178km 떨어진 절해고도 고즈시마에 유배되어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작가 장상인은 이 작품을 통해 한일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두 사람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라며, 권력을 자제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행동과 신앙을 위해 자결한 고니시 유키나가의 신념을 모두 인정했다.
특히 평양성에서 후퇴하면서 길바닥에서 울고 있던 조선 여자아이를 양녀로 키우며 신앙심을 길러준 고니시 유키나가의 면모를 통해, 단순한 침략자와 피침략자의 구도를 넘어선 인간적 면모를 조명했다.
작가는 "한국과 일본이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털어버리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바람을 작품에 담았다며, 이 소설이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이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좌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자 장상인은 동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대학원 석사,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대우건설 재직 시절 일본 건설시장 진출 업무를 담당하며 일본 정계·언론계와 두터운 인맥을 형성한 그는 2008년부터 15년간 줄리아 오다에 대한 연구와 집필을 이어왔다.
현재 JSI미디어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경희대와 인하대 겸임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저서로는 '홍보 머리로 뛰어라', '현해탄 波高 저편에', '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장편소설) 등이 있다.
이노젠. 2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