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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개천절 이후 처음으로 울린 이 종은 통일신라의 예술성과 장인정신을 오롯이 담은 문화유산이다. 24일 저녁 박물관 야외마당에서 열린 행사에는 시민과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종은 12차례 타종됐으며, 소리를 듣기 위해 모인 771명의 시민이 숨죽여 귀 기울였다. 771은 성덕대왕신종이 제작된 해를 상징한다.
성덕대왕신종은 혜공왕 7년인 771년에 완성됐다. 화려한 문양과 섬세한 조각, 신비로운 울림이 어우러져 통일신라 예술의 정수로 꼽힌다. 과거에는 제야의 종으로 타종됐으나, 1993년부터는 보존을 위해 타종이 중단됐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세종실록지리지'에 따르면 여섯 사람이 힘을 모아 타종하면 소리가 100리 밖까지 퍼진다고 기록돼 있다"며 "오늘 함께 그 전통을 체험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비롯해 주낙영 경주시장, 정재숙 전 국가유산청장, 철학자 도올 김용옥 선생 등이 참석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이번 타음을 시작으로 앞으로 5년간 정기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종의 고유 진동 주파수와 맥놀이 현상, 표면 부식 여부, 온·습도 변화, 해충과 조류 배설물에 의한 손상 가능성 등을 꼼꼼히 살펴본다.
박물관은 내년부터 성덕대왕신종을 위한 신종관 건립도 추진한다. 관람객이 평소에도 종을 볼 수 있도록 개폐식 구조로 설계하며, 종의 무게를 분산할 수 있는 받침대 설치도 논의 중이다. 건립에는 약 500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