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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한화오션의 안창호급 잠수함 낙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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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5. 09. 25. 22:58

비핵국가로서는 세계 최초의 SLBM 운용 경험 갖춘 유일한 후보
전통 유럽 해군 강자들과 '연내 결정' 앞두고 막판 접전
퇴역 장보고급 교육용 이양 카드까지…한국, 폴란드 오르카(ORKA) 사업에 총력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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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증인 한국해군 안창호급(KSS-III) 잠수함, 사진=대한민국 해군(ROK NAVY) 제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유럽 안보지형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지상 전력 강화에 집중하던 폴란드가 이제는 해양 억제력 확보에 나서며 '차세대 잠수함 사업(ORKA 프로젝트)'을 연내 확정짓겠다고 선언했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등 유럽 방산 강자들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참여한 가운데 한화오션이 독자설계한 '도산 안창호급(KSS-III)'이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특히 한국 정부는 오는 11월 퇴역 예정 장보고급(Type 209)을 교육·정비 훈련용으로 폴란드에 무상 이양하는 방안을 병행하며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들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무기 판매가 아닌 '전력 패키지 제안'으로, 폴란드 선택의 향방에 이목이 쏠린다.

■ SLBM 발사 능력 갖춘 '비핵국가 최강 플랫폼'

도산 안창호급은 한국이 독자 설계·건조한 첫 3,000톤급 잠수함으로, 이미 해군에서 운용 중이다. 함교 뒤편에 탑재된 수직발사관(VLS)은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물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발사가 가능하다. 2021년 한국 해군은 '현무-4-4' SLBM을 잠수함에서 실제 발사하는 데 성공, 비핵국가로서는 세계 최초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에 수출이 논의되는 KSS-III는 수출형 패키지로 제안되며, SLBM 대신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대함미사일 중심으로 무장 구성이 제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LS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확장성은 여타 후보들에 비해 탁월하다는 평가다. 또한 Batch-II 모델은 배수량을 4,000톤급으로 확장하고, 리튬이온 배터리·향상된 소나 체계·10셀 VLS를 갖춰 장기간 은밀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폴란드가 요구하는 AIP(공기불요추진) 체계와 장거리 타격 능력을 동시에 충족하는 드문 후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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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군 잠수함 세대별 비교, 자료=국방백서, 방위사업청(DAPA) 발간 자료, Jane Defence Weekly, US Naval News, 2025.09.25 자료정리=구필현 기자
■ 퇴역 장보고급 이양, '브릿지 전략'

서울은 KSS-III 제안과 함께 장보고급 잠수함 이양 카드를 꺼냈다. 1990년대 초 독일 HDW사에서 기술 이전을 받아 건조된 장보고급(Type 209)은 퇴역을 앞두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 퇴역 자산을 폴란드에 무상 제공해 교육·정비·운용 훈련용 플랫폼으로 활용토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 계획이 성사되면, 폴란드 해군은 신형 잠수함 도입 전부터 실제 잠수함을 운용·정비하며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단순 구매를 넘어 즉시 가동 가능한 훈련 체계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양국 협의는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으며, 연내 확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폴란드로 하여금 한국 제안의 신뢰도를 높이고, 동시에 현지 해군 인력의 전환 훈련 속도를 크게 단축시킬 수 있는 실질적 이점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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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증인 한국해군 장보고급 (KSS-1) 잠수함, 사진=대한민국 해군(ROK NAVY) 제공
■ 금융·현지화 패키지, 유럽 업체와 정면 승부

폴란드 방산 조달의 특징은 '정치·산업 패키지'다. 독일 TKMS의 212CD, 이탈리아 피넨티에리의 U212NFS, 스웨덴 사브의 A26 등이 유럽 연대를 앞세워 현지화·기술이전 방안을 강조한다.
한국 역시 이에 맞서 금융 조달 패키지와 현지 생산 참여를 결합한 제안을 내놨다. 한화오션은 올해 MSPO 방산전시회에서 수출형 KSS-III 모형을 전시하며, 가격·일정 경쟁력, 금융 지원안을 강조했다. 계약 후 6년 내 초도함 인도, 이후 매년 1척씩 추가 인도한다는 로드맵도 공개됐다.
특히 폴란드가 강조하는 '장거리 타격 능력' 측면에서, KSS-III의 VLS는 다른 후보와 비교해 명확한 비교우위를 갖는다. 비록 SLBM 수출은 국제 규제(MTCR Category I)로 불가능하지만, 플랫폼 자체의 전략적 유연성은 폴란드 입장에서 매력적이다.

■ NATO·미국 변수, 최종 선택 좌우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폴란드는 EU 회원국으로서 '유럽산 우선' 기류를 무시하기 어렵다. 독일·이탈리아·스웨덴의 정치적 로비와 EU 방산 생태계 연계는 한국에 불리한 구조적 요인이다.
또한 미국의 시선도 무시할 수 없다. 폴란드가 잠수함 전력을 확충하는 본질적 목적은 러시아 견제와 NATO 연합작전 호환성이다. 따라서 미 해군과의 협력, NATO 통합운용 체계와의 적합성 여부가 최종 결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산 플랫폼이 '비NATO 국가 무기체계'라는 점에서 정치적 저항이 있을 수 있다.

■ '연내 결정' 앞둔 막판 승부

폴란드 정부는 올해 안에 ORKA 사업 사업자를 최종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한국과 폴란드가 병행 추진하는 장보고급 이양 패키지가 현실화될 경우, 고도의 전략 무기체계인 도산 안창호급 잠수함은 단순한 후보를 넘어 "전력 전환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결국 승부는 현지화 범위, 금융 지원, 정치·외교적 영향력에 달려 있다. 한국이 제시하는 '즉시 전력화 + 중장기 패키지' 전략이 유럽 업체들의 공세를 뚫고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결론

폴란드 ORKA 사업은 단순한 무기 거래가 아니라 동유럽 안보와 NATO 균형에 직결된 전략적 선택이다. 도산 안창호급은 성능·확장성·운용 경험에서 유럽의 여타 잠수함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당장 러시아의 침공을 대비하고 있는 폴란드 해군에 즉시 전력을 제공할수 있는 '퇴역 장보고급 이양'이라는 '브릿지 전략'까지 제시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연내 확정될 폴란드의 최종 결정은, 한국이 유럽 방산시장에서 해양 전력 분야까지 본격 진출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르는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이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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