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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폭탄’ 맞은 아세안에 美 .“협상 순조로워…몇 주 안에 무역 협정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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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9. 2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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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경제장관-미국 무역대표부 협의/아세안 사무국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과 "(관세 관련) 무역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들과는 몇 달, 심지어 몇 주 안에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 밝혔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그리어 대표는 전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경제장관-미국 무역대표부 협의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회의는 그리어 대표가 아세안 장관들과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였다. 아세안은 미국의 관세 문제에 대해 그동안 공동 대응보다는 개별 국가 차원의 협상을 진행해왔다. 미국은 이미 인도네시아, 베트남과 관세 관련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으나, 해당 국가들은 "아직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라며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아세안은 미국의 일방적인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아세안 경제장관들은 회의 전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관세 지형에서 비롯된 부정적 영향과 불확실성"을 지적하면서 "올해 하반기 역내 무역 실적이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상반기에 수출 물량을 미리 밀어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수출 절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는 미국으로부터 19~20%의 고율 관세를 부과받고 있다. 라오스와 미얀마의 경우엔 40%에 달하는 징벌적 관세를 맞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특히 미국의 6위 수출국인 베트남이 20% 관세로 인해 연간 250억 달러(약 35조 150억 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하면서 역내 최대 피해국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아세안이 개별 협상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란 지적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반도체와 같은 특정 산업에 대해 100%에 달하는 초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반도체 관세'가 현실화된다면 반도체 산업이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 등 일부 국가들은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아세안이 활용할 수 있는 무기로 세계 최대 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꼽힌다.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이 참여하고 전 세계 GDP의 3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설 '경제 방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역내 공급망을 강화하고 새로운 수출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미국의 관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일종의 경제적 완충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정학 컨설팅 회사인 뷰파인더 글로벌의 아디브 잘카플리 이사는 "무역 긴장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RCEP과 같은 규범 기반 파트너십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라면서 "정부들이 망설일수록 집단적인 경제 방패를 구축할 기회의 창은 더 좁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RCEP 역시 회원국 간의 국내 산업 보호 수준과 관세 인하폭에 대한 이견으로 2020년 체결 이후 아직 본격적인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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