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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빛낸 그들의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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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09. 25. 13:34

자파르 파나히 "누구도 내 영화 제작 못 막아"
마르코 벨로키오 "계속해서 저항하라" 당부
손석희 "극장 영화의 사망은 누구도 못 막아"
자파르 파나히 감독(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과 기예르로 델 토로 감독, 언론인 손석희,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 등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세계적 거장들과 유명인사들이 촌철살인 한마디로 진한 여운을 남겼다./연합뉴스 그래픽=박종규 기자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흘 간의 항해를 마치고 26일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가운데, 부산을 찾은 세계적 영화인들과 유명 인사들의 촌철살인 한마디가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칸·베를린·베네치아 등 세계 3대 국제영화제 그랑프리를 휩쓴 이란의 반 체제 영화인으로, BIFF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인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개막 다음날인 지난 18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국 정부의 출국 금지 등 갖은 어려움에도 영화 연출을 이어가고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영화를 만들지 못하면 아내가 나를 버릴지 모른다. 반드시 영화를 만들어야 하고, 그래야 아내를 지키고 결혼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든 뒤 "그 누구도 영화 제작을 막을 수 없다"며 열정을 과시했다.

영화 '히트' '콜래트럴' 등으로 익숙한 팔순의 '액션 마스터' 마이클 만 감독은 같은 날 류승완 감독과 함께 한 대담에서 자신이 창조한 극중 캐릭터들처럼 강한 집념을 강조했다. 30여 년전 '히트' 촬영 당시를 회고하며 "한 장면만을 위해 사흘간 반복해서 찍고 또 찍었다. 정말 뭔가를 원한다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까다롭기로 소문난 대배우 로버트 드니로·알 파치노와 '히트'로 호흡을 맞췄을 때 어려움은 없었는지를 궁금해하는 관객에게는 "훌륭하고, 자신감이 넘치고, 적절한 수준의 에고(자아)가 있는 배우와 함께 일하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는 것 같다"고 잘라 말해 감탄을 자아냈다.

멕시코 출신의 '판타지 대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인 '프랑켄슈타인'을 알리기 위해 19일 취재진과 만나 진솔한 어조로 자신의 영화 철학을 공개해 눈길을 모았다. 괴수물을 즐겨 연출하는 이유에 대해 "텔레비전에는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들만 보이지만, 사실 삶은 고통으로 가득하고, 완벽하지 않다. 내가 만드는 괴수들은 '완벽하지 않음'의 성자와도 같다"면서 흥행과 관련해서는 "몇 명 봤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 올해 기획전의 주인공이기도 한 이탈리아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은 21일 부대 행사인 마스터 클래스에서 "내 삶의 행동 기준이자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는 영화속 메시지는 바로 움직임, 즉 저항"이라며 "여러분 모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 저항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해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그런가 하면 대만 톱스타 서기는 22일 감독 데뷔작이자 올해 신설된 경쟁 부문 초청작인 '소녀' 기자회견에서 영화의 출발점이 된 가정사를 공개하던 중 "어린 시절 나를 엄격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를 이제는 이해한다. 영화를 찍은 뒤 진짜로 어머니와 화해한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려 좌중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한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영화 산업의 부흥 방안을 두고 김지운 감독과 언론인 손석희는 다소 상반된 시각을 드러내 대조를 이루기도 했다.

올해 영화제의 주요 프로그램들 가운데 하나인 '샤넬×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 교장으로 위촉된 김 감독은 19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극장으로 관객들을 많이 끌어들이고 투자나 제작을 다시 활성화하려면, 실질적으로 영화 티켓 값의 현실화를 고려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틀 후 손석희는 관객들과 함께 영화 '뜨거운 오후'를 관람한 뒤 미디어의 세대 교체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신문과 방송 등 레거시 미디어가 지고 유튜브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미디어가 떠오르는 변화는 막을 수 없다"면서 "영화도 그렇다. 극장용 영화가 죽어가는 것은 저라는 한 세대 안에서 사라져 가는 것이고 그걸 무슨 수로 막겠느냐"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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