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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베트남 국가 수문기상예보센터에 따르면 부알로이는 전날 밤 베트남 중부 하띤성에 상륙했다. 부알로이는 평균보다 두 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이동했는데 하띤성 상륙 당시 중심부의 풍속은 시속 133㎞에 달했다. 29일 오전 6시(현지시간)를 기준으로 부알로이의 중심부는 응에안-하띤성을 지나고 있고 그 여파로 수도 하노이를 비롯한 북중부 지역 전역에 비가 내리고 있다.
태풍 부알로이는 베트남에 상륙하기에 앞서 필리핀 중부 지역을 휩쓸었다. 필리핀 기상 당국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26일부터 필리핀을 강타한 폭우와 강풍으로 인해 빌리란섬에서만 8명이 숨지는 등 최소 11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실종됐다.
부알로이의 파괴적인 강풍에 나무와 전신주가 쓰러지고 주택 지붕이 뜯겨 나갔고 폭우로 인한 광범위한 홍수가 발생하며 40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집을 버리고 긴급 대피해야 했다
필리핀을 할퀴고 지나온 태풍은 베트남에서도 위력을 떨치고 있다. 베트남 언론들에 따르면 태풍이 상륙한 직후 하띤성과 응에안성 등 중북부 지역에서 34만 7000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강풍에 건물들의 양철 지붕들이 뜯겨져 나가거나 콘크리트 기둥이 쓰러지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베트남 당국은 29일 새벽, 태풍으로 인해 1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에 앞서 28일 태풍의 영향권에 먼저 든 꽝찌성에서는 16세 소년이 폭우 속에서 감전사고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벌어졌다.
베트남 정부는 부알로이 상륙에 앞서 닌빈성에서 꽝응아이성까지 해안 저지대 주민 2만 8500명 이상을 학교와 의료 센터 등 임시 대피소로 긴급 대피시켰다. 또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11만 7000 명에 달하는 군 병력을 동원하고 있다.
베트남에선 부알로이의 여파로 인해 다낭 국제공항을 포함한 4개의 해안 지역 공항은 28일부터 운영이 전면 중단됐고 모든 어선들에도 조업 중단 긴급 피항 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응에안성 빈시의 한 주민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겪은 '가지키' 태풍 피해도 아직 복구하지 못했다"며 "이곳에서 20년 넘게 살았지만, 이번처럼 태풍 때문에 공포를 느낀 적은 없었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호앙 푹 럼 국가 수문기상예보센터 부소장은 이번 태풍이 상륙 후 느리게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비와 바람이 더 오래 지속되면서 홍수 위험 등 피해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시아는 최근 일주일 새 연이어 태풍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부알로이에 앞서 올해 가장 강력한 태풍 중 하나로 꼽힌 '라가사'가 지난주 필리핀 북부와 대만을 강타해 2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가 이런 폭풍을 더욱 강하고 습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열대성 폭풍이 더 많은 에너지를 얻어 바람의 세기가 강해지고, 강수량이 늘어나는 등 동아시아 전역의 강수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발생한 태풍 '위파' 역시 이러한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남중국해와 맞닿아 긴 해안을 가진 베트남은 전통적으로 태풍 피해에 취약하다. 지난해에는 태풍 '야기'로 약 300명이 목숨을 잃었고, 재산 피해액은 33억 달러(약 4조 6391억 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