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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추석 대개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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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자

승인 : 2025. 09. 29. 14:55

화면 캡처 2024-01-07 092216
김성환 문화부장
부산이 영화로 들썩였다. 지난 17일부터 26일까지 이어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약 17만명의 관객이 찾았단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만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부대행사 참여 인원까지 더하면 23만여 명이 영화제를 즐겼다. 시장 침체 등의 악재에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영화평론가 전찬일도 영화제를 만끽했나 보다. 폐막을 하루 앞두고 나눈 전화통화에서 그는 "보고·듣고·느끼고·체험했다"며 "영화의 감동과 가치를 오랜만에 다시 곱씹게 됐다"고 신을 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영화는 영화관(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궁금했다. '우리는 왜 극장에서 꼭 영화를 봐야하는가.' 이유를 딱 세 가지만 들어달라고 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첫 번째 이유는 몰입감 때문이다. 이건 극장을 한번이라도 찾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일 터. 따져보면 우리는 영화를 단지 눈으로만 보기 위해 극장을 찾지는 않는 것 같다. 전방위적인 감각 체험을 기대한다. 그러려면 압도적 몰임감이 필요한데 이것은 모니터 화면에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아무리 큰 모니터라도.

두 번째는 퀄리티. 이것은 첫 번째 이유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정말 훌륭한 홈시어터 시스템이라도 영화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영화는 애초에 극장 상영에 최적화 되도록 만들어진 산물이므로. 이러니 영상·음악·음향 등의 퀄리티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은 안방이나 거실이 아니라 극장이다. 영화를 '제대로' 소비하면 문화적 감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전찬일의 얘기였다.

세 번째는 공동체로서 연대감이다.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모여 같은 것을 바라보고 같은 정서를 공유하면 극장에 모인 사람들에게서 '느슨한 연대감'을 느끼게 된단다. 망망대해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외로움과 두려움이 시나브로 사라진다는 얘기다. 지난한 일상을 버티고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힘을 극장에선 얻을 공산이 크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서 뜬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극장에서 상영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일 거다. 에디슨은 최초의 영화를 만든 뤼미에르 형제보다 앞서 키네토스코프라는 영사 장치를 발명했다. 그런데 키네토스코프에서 상영된 영상은 최초의 영화로 인정 받지 못했는데 이는 이 장치가 1인 관람용이기 때문이란다. 영화는 여러 명이 함께 보는 것에 의미가 있고 여기에 극장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사는 것이 팍팍해지고 개인화가 심해지는 요즘이라 문화적 감성, 공동체로서 연대감은 우리가 회복해야 할 가치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 이후 OTT가 대세로 자리매김하며 한국 영화산업이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극장 사정도 녹록치 않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문화적 감성과 공동체적 연대감을 느끼게 하는 극장은 오히려 소중해졌다. 대세를 거스를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극장을 외면하는 것도 '손해'다. 부산의 영화 여운이 전국 극장가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한다. 마침 추석 연휴가 코앞이다. '추석 대개봉'을 기다리던 추억을 좇을 겸 이번 연휴에는 극장으로 향해보자. 시간과 속도에 헛헛해진 마음을 거기선 치유 받게 될 지 모를 일이므로.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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