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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세계 최고 빅샷(거물)의 경주 회동이 일찌감치 예고된 경주 APEC 정상회의는 이미 절반의 흥행 몰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 만이다. 두 거물의 회동에 일본·호주·캐나다·베트남 등 21개국 회원 정상 상당수도 10월 말 경주행을 확정지은 상태다.
◇강대국 가교 자처한 李, 미·중 동참한 '경주 선언' 도출땐 '대성공'
APEC 회원 상당수가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의 '피해국'인 만큼 공정하고 자유로운 다자 무역 생태계를 추구해 온 APEC의 기본 정신을 이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서 얼마나 부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AI(인공지능) 협력', '인구구조 변화 대응'이라는 두 가지 핵심 의제도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의 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AI 3강 진입'을 목표로 설정한 이 대통령은 이미 지난 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AI 기본사회', '모두를 위한 AI'의 개념을 제시하며 글로벌 AI 주도권 다지기에 나섰다. APEC 정상회의에서 'AI 이니셔티브'가 채택되면 한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AI 생태계 로드맵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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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관세협상, 한중 관계 재설정…'실용외교' 시험대
우리 정부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한미관세협상 타결 목표 시점으로 잡고 미국과 물밑 조율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7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한미관세협상과 관련해 "하나의 목표 지점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차기 정상회담 계기일 것"이라며 "APEC 때를 향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25% 자동차 관세를 볼모로 3500억 달러(약 494조원) 전액 현금 투자를 압박하는 미국과 함께 우리 수출의 양대 축인 중국의 심기를 챙겨야 하는 것도 이 대통령에게는 부담 요소다.
이 대통령이 지난 달 미국과 안보에서 협력하고, 중국과는 경제에서 밀착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 노선을 더 이상 취할 수 없다고 선언하며 미국쪽으로 무게추를 더 가깝게 두는 모습을 취했다. 하지만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미국 못지않게 높은 상황, 북한과 맞물린 외교안보적 상황 등을 감안하면 한중 관계 관리도 필수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이 대통령의 '안미경중' 포기 선언 이후 "국가의 운명을 위험한 전차에 스스로 묶어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주를 견제할 한중일 경제협력체 같은 견제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나오는 가운데, APEC 정상회의는 시 주석에게 한중관계에 대한 의지를 보여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북미 대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미중정상의 한반도 평화 메시지도 관심"
물 위로는 APEC 주최국 정상으로 '글로벌 책임 국가', '중재자' 면모를 뽐내는 동시에 물 밑에서는 우리 국익을 위해 쉴 틈 없이 물갈퀴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진짜 실용주의 국익중심 외교' 시험대가 이 대통령 앞에 놓인 셈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전세계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가장 고민이 많은 한국에서, 미중 갈증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는 점은 전례가 없는 큰 의미"라며 "미중 정상이 만나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어떤 공감대를 형성하고 어떤 메시지를 보낼까, 이런 차원에서도 굉장히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