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트럼프의 ‘총리’,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강경 반이민·반좌파정책 추진 배경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930010016437

글자크기

닫기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9. 30. 12:15

FT "트럼프의 '총리',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트럼프 미국 재편 구상 실행"
어린 시절 반(反)이민관 형성, '무관용' 정책 주도
전직 관리 "밀러, 특정 사안에 선견지명, 유권자 반응 이해 묘한 능력 소유자"
USA-SHOOTING/KIRK
스티브 밀러 미국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이 9월 21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청년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 '터닝포인트 USA' 창립자 겸 대표의 영결식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
스티브 밀러 미국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이 워싱턴에서 가장 강력한 비선출 관리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총리'로 미국 재편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이민을 대폭 축소하고, 정치적 적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밀러 부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이후에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 유일한 고위 보좌관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으로 복귀해 이민·안보 문제를 넘어 대학·로펌·문화기관·언론에 대한 공격 등 그의 가장 논란이 많은 정책 일부에 깊이 관여해 왔다고 FT는 설명했다.

USA-TRUMP/TIKTOK
스티브 밀러 미국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왼쪽부터)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캐시 파텔 연방수사국(FBI) 국장·팸 본디 법무부 장관에게 말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워싱턴 D.C.에서 살인을 한 범죄자를 사형에 처하도록 하는 각서에 서명했다./로이터·연합
◇ FT "트럼프의 '총리',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트럼프 미국 재편 구상 실행"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이 사안들의 연결고리를 찾아낸 것은 모두 스티브가 한 일"이라며 "그가 그 모든 일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연줄이 있는 한 로비스트는 "밀러는 백악관에서뿐만 아니라 행정부 전체의 정책 기관을 이해하고 통제하고 있다"며 "그는 행정부에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권력의 모든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은 "그가 총리"라며 "국가안전보장·재무 기능·재정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한 국내 정책의 어떤 측면에 대해서도 그가 깊이 관여하지 않는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밀러 부실장에 대해 "가장 오랜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신뢰받는 보좌관 중 한명으로 거의 10년간 함께 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와 그의 검증된 리더십 능력에 대해 최고의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USA-TRUMP/BRITAIN
스티브 밀러 미국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오른쪽부터)·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9월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빈 방문 일정을 보내고 있는 영국 버킹엄셔주 에일즈버리 인근 체커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로이터·연합
◇ 밀러, 어린 시절 반(反)이민관 형성...트럼프 1기 행정부, 불법 이민 '무관용' 정책 주도

밀러 부실장은 유대계 민주당 당원 부모의 아들로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의 부유한 동네에서 성장했는데, 중학교 시절 친구의 히스패닉계 혈통을 문제 삼아 우정이 끝났다고 통보했고, 히스패닉계 학생들이 영어 대신 스페인어를 사용한다고 꾸짖곤 해 공작원(provocateur)이라는 명성을 얻었을 정도로 이민 문제에 대해 강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FT는 알렸다.

이러한 배경은 그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선임보좌관 겸 연설담당관으로서 여러 이슬람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2018년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가족 분리 사태를 촉발한 불법 이민자에 대한 '무관용' 정책을 시행하는 것 등으로 나타났다.

그의 불법 체류 이민자에 대한 집착은 종종 사람들을 적대시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한 전직 국토안보부 관리는 "당시 지시는 '음주 운전 사고를 낸 이민자 관련 이야기를 유죄 판결 여부와 상관없이 찾아내라'는 것이었다"며 "그는 '이민자들이 미국인들에게 위험하다는 이미지를 그려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그 요청을 거부했고, 그 직후 부서를 떠났다고 FT는 전했다.

밀러 부실장의 삼촌으로 신경심리학자인 데이비드 글로서는 조카를 '이민 위선자'라고 부르며 만약 20세기 초 미국이 밀러 부실장이 주장하는 것과 동일한 정책을 추진했다면 그 가족도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의 희생자가 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Trump
스티브 밀러 미국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왼쪽부터)이 9월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AP·연합
◇ 밀러 추진 정책 법적 논란과 추진 방식에 대한 비판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밀러 부실장과 접촉했던 관리들은 그의 특이한 업무처리 방식에 충격을 받았는데, 한 전직 관리는 "밀러는 법률가와 이해관계자들을 동원해 행정부 제안이 법적·윤리적으로 완벽해지게 하는 통상적인 정책 절차를 외면했다"고 밝혔다고 FT는 알렸다.

실제 밀러 부실장은 법률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자신의 가혹한 정책 제안을 정당화할 수 있는 생소한 법률들을 찾아냈다. 그는 2023년 보수 성향 팟캐스트에 출연해 1798년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Alien Enemies Act)'이 미국에 '약탈적 침입'이 발생할 경우 적법 절차 없이 대규모 추방을 수행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후 베네수엘라 국민을 엘살바도르로 송환하는 데 사용한 술책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밀러 부실장의 강경 정책은 일부 좌절을 겪고 있다.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100일 동안 연방법원이 연방 정부를 상대로 25건의 전국적인 금지 명령을 발령했는데,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때 4건의 6배가 넘는 수치다.

◇ 관료주의 돌파 추진력..."밀러, 특정 사안에 선견지명, 유권자 반응 이해 묘한 능력 소유자"

하지만 밀러 부실장 지지자들은 그의 추진력이 관료주의의 벽을 깨고 정책을 추진하는 힘이라고 평가한다.

밀러 부실장의 한 전직 동료는 "그가 직업 관료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깨닫는 데 4년이 걸렸다"며 "관료들은 회의에 참석해 '안 된다. 10가지 다른 이유 때문에 우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스티브는 '그걸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지를 말해라'라는 식이었다"고 평가했다.

비평가들은 밀러 부실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법적 논란이 많은 정책들을 주도해 온 분열적인 인물이라고 하지만, 일부 전 동료들은 불법 이민 단속, '워크(woke·각성·좌파 문화 어젠다)' 문화, 엘리트 대학에 대한 공격 등 그가 추진하는 많은 정책이 적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인기가 있다고 말한다고 FT는 전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에서 일한 전직 관리는 "그가 특정 사안을 먼저 읽고, 미국 유권자들이 더 폭넓게 반응할 방법을 이해하는 묘한 능력을 갖췄다"며 "엘리트 기관들에 대한 공격 같은 사안들은 실제 초당적으로 매우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다"고 말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