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반(反)이민관 형성, '무관용' 정책 주도
전직 관리 "밀러, 특정 사안에 선견지명, 유권자 반응 이해 묘한 능력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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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러 부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이후에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 유일한 고위 보좌관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으로 복귀해 이민·안보 문제를 넘어 대학·로펌·문화기관·언론에 대한 공격 등 그의 가장 논란이 많은 정책 일부에 깊이 관여해 왔다고 FT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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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이 사안들의 연결고리를 찾아낸 것은 모두 스티브가 한 일"이라며 "그가 그 모든 일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연줄이 있는 한 로비스트는 "밀러는 백악관에서뿐만 아니라 행정부 전체의 정책 기관을 이해하고 통제하고 있다"며 "그는 행정부에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권력의 모든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은 "그가 총리"라며 "국가안전보장·재무 기능·재정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한 국내 정책의 어떤 측면에 대해서도 그가 깊이 관여하지 않는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밀러 부실장에 대해 "가장 오랜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신뢰받는 보좌관 중 한명으로 거의 10년간 함께 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와 그의 검증된 리더십 능력에 대해 최고의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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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러 부실장은 유대계 민주당 당원 부모의 아들로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의 부유한 동네에서 성장했는데, 중학교 시절 친구의 히스패닉계 혈통을 문제 삼아 우정이 끝났다고 통보했고, 히스패닉계 학생들이 영어 대신 스페인어를 사용한다고 꾸짖곤 해 공작원(provocateur)이라는 명성을 얻었을 정도로 이민 문제에 대해 강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FT는 알렸다.
이러한 배경은 그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선임보좌관 겸 연설담당관으로서 여러 이슬람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2018년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가족 분리 사태를 촉발한 불법 이민자에 대한 '무관용' 정책을 시행하는 것 등으로 나타났다.
그의 불법 체류 이민자에 대한 집착은 종종 사람들을 적대시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한 전직 국토안보부 관리는 "당시 지시는 '음주 운전 사고를 낸 이민자 관련 이야기를 유죄 판결 여부와 상관없이 찾아내라'는 것이었다"며 "그는 '이민자들이 미국인들에게 위험하다는 이미지를 그려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리는 그 요청을 거부했고, 그 직후 부서를 떠났다고 FT는 전했다.
밀러 부실장의 삼촌으로 신경심리학자인 데이비드 글로서는 조카를 '이민 위선자'라고 부르며 만약 20세기 초 미국이 밀러 부실장이 주장하는 것과 동일한 정책을 추진했다면 그 가족도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의 희생자가 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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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밀러 부실장과 접촉했던 관리들은 그의 특이한 업무처리 방식에 충격을 받았는데, 한 전직 관리는 "밀러는 법률가와 이해관계자들을 동원해 행정부 제안이 법적·윤리적으로 완벽해지게 하는 통상적인 정책 절차를 외면했다"고 밝혔다고 FT는 알렸다.
실제 밀러 부실장은 법률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자신의 가혹한 정책 제안을 정당화할 수 있는 생소한 법률들을 찾아냈다. 그는 2023년 보수 성향 팟캐스트에 출연해 1798년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Alien Enemies Act)'이 미국에 '약탈적 침입'이 발생할 경우 적법 절차 없이 대규모 추방을 수행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후 베네수엘라 국민을 엘살바도르로 송환하는 데 사용한 술책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밀러 부실장의 강경 정책은 일부 좌절을 겪고 있다.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100일 동안 연방법원이 연방 정부를 상대로 25건의 전국적인 금지 명령을 발령했는데,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때 4건의 6배가 넘는 수치다.
◇ 관료주의 돌파 추진력..."밀러, 특정 사안에 선견지명, 유권자 반응 이해 묘한 능력 소유자"
하지만 밀러 부실장 지지자들은 그의 추진력이 관료주의의 벽을 깨고 정책을 추진하는 힘이라고 평가한다.
밀러 부실장의 한 전직 동료는 "그가 직업 관료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깨닫는 데 4년이 걸렸다"며 "관료들은 회의에 참석해 '안 된다. 10가지 다른 이유 때문에 우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스티브는 '그걸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지를 말해라'라는 식이었다"고 평가했다.
비평가들은 밀러 부실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법적 논란이 많은 정책들을 주도해 온 분열적인 인물이라고 하지만, 일부 전 동료들은 불법 이민 단속, '워크(woke·각성·좌파 문화 어젠다)' 문화, 엘리트 대학에 대한 공격 등 그가 추진하는 많은 정책이 적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인기가 있다고 말한다고 FT는 전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에서 일한 전직 관리는 "그가 특정 사안을 먼저 읽고, 미국 유권자들이 더 폭넓게 반응할 방법을 이해하는 묘한 능력을 갖췄다"며 "엘리트 기관들에 대한 공격 같은 사안들은 실제 초당적으로 매우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