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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장 당선 유력 ‘맘다니 돌풍’…자본주의 심장부서 청년 좌파들 부상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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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9. 29. 11:16

인도계 무슬림 정치 신인, 차기 뉴욕시장 유력 후보로 부상
2008년 금융위기와 ‘월가 점령’이 뿌린 미국 좌파 운동의 씨앗
샌더스·오카시오-코르테즈 이어 '맘다니 현상'으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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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란 맘다니(33) 미국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가 24일(현지시간) 뉴욕시 브롱크스 지역의 세인트 바나바스 병원 밖에서 의료 종사자 노조와 함께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AFP·연합
오는 11월 4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최대 도시 뉴욕시장 선거에서 좌파 정치 신인 조란 맘다니(33)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된다.

인도계 무슬림 출신인 그가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으며 돌풍을 일으키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공산주의자'라며 견제에 나섰다.

◇ 뉴욕시장 선거 좌파 맘다니 돌풍에 트럼프, '공산주의자' 견제

이러한 '맘다니 현상'이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2008년 금융위기와 이후 청년 세대의 좌파 재편 흐름 속에서 싹튼 운동이 열매를 맺은 결과라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미국 내 청년 사회주의자들의 부상이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의 고통이 막 성년이 된 한 세대의 가치관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을 때 싹트기 시작한 운동이 꽃을 피운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무기력하게 보였던 대응이 자본주의의 병폐와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미국 주류 정당들의 무능력에 대한 지속적인 인상을 남겼고, 그중 일부가 좌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내 죽어가던 분파인 좌파를 되살렸고, 맘다니 후보 부상의 기반이 된 노련한 활동가 집단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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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미국 무소속 상원의원(버몬트주·왼쪽)과 조란 맘다니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가 6일(현지시간) 브루클린구 브루클린대에서 진행된 '과두제 투쟁: 뉴욕시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시민 토론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AFP·연합
◇ WSJ "2008년 금융위기 세대가 만든 좌파 운동의 결실"
샌더스·AOC를 잇는 미국 청년 좌파 운동 확산·진화

맘다니 후보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민주당 하원의원 등 좌파 스타 정치인들의 거점인 미국민주사회주의자(DSA) 최고 전략가로 활동하고 있는 게이브 토비아스도 그중 한명이다.

그는 2006년 대학을 졸업한 후 캘리포니아주 산타아나의 비영리단체(NGO)에서 저소득 가정에 대한 의료 서비스를 조언하는 일을 하면서 맞이한 금융위기 당시 부도덕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중개업자들의 속임수 등을 목격하면서 "노동자들로부터 돈을 빨아들이기 위해 만들어진 산업이 존재한다"는 냉혹한 결론에 도달했다고 WSJ은 전했다.

토비아스는 "부활한 좌파 운동의 많은 씨앗은 (2008년에서) 비롯됐다"며 "좌파 운동에 몸담은 많은 이들이 (금융위기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에 대응해 촉발한 2011년 뉴욕 '월가 점령' 시위 참가자들은 현재 '워킹패밀리당(WFP)'·'정의민주당(JD)' 등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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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가운데)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공화·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의원 및 그 가족들의 주식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 발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로이터·연합
이러한 '좌파 씨앗'은 2018년 6월 뉴욕주 14지구 민주당 하원의원 예비선거에서 당시 28세의 바텐더 겸 웨이트리스 출신 좌파 여성 신인 오카시오-코르테즈 후보가 10선의 민주당 유력 정치인 조셉 크로울리 하원의원에게 승리했을 때 나타났고, 자칭 민주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무소속 상원의원은 2016년과 2020년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샌더스 의원이 2016년 대선 도전에서 실패한 것이 미국 좌파 운동의 전환점이 됐다며 이 사건은 전국적으로 환멸을 느낀 젊은이들을 하나로 모았다고 WSJ은 전했다.

맘다니 후보는 이 사건을 자신의 정치적 성숙 과정에서 핵심적인 장으로 언급했고, 토비아스는 한때 진보주의자라고 자칭했던 친구들이 사회주의자로 정체성을 규정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토비아스는 그들을 하나로 묶은 또 다른 힘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6년 11월 대선 결과를 근무 중이던 모로코 사막에서 작고 화질이 나쁜 TV 화면으로 지켜봤다며 지금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던 충격에 빠진 존 포데스타 선거본부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전했다.

CHARLIE KIRK MEMORIAL
9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의 유타밸리대에서 피살된 청년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 '터닝포인트 USA' 창립자 겸 대표의 영결식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진행되고 있다./UPI·연합
◇ 미 청년층, 사회주의 선호 62%...싱크탱크 "충격적...사회주의 뿌리 공산주의 1억명 목숨 앗아가"
미 좌파 교수 "미국서 가난 존재·소수 부 독점 거부 도덕적 의무에 젊은 층 흥분"

이러한 청년 좌파들의 부상은 미국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와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18세 이상 미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5월 1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43%가 '사회주의를 선호한다'고 했고, 공산주의에 대한 선호도도 14%를 기록했는데, 이를 18~29세로 한정할 경우 각각 62%·34%라는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이에 카토연은 "공산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1억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이탈리아) 무솔리니의 파시즘과 (독일) 히틀러의 국가사회주의를 낳은 동일한 철학인 사회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충격적"이라며 "사회주의 옹호는 독재를 허용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1960~70년대 미국 시위운동을 연구해 온 제레미 바론 뉴욕 뉴스쿨대 역사학 교수는 "그들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 대해 그러한 수치감(sense of stigma)을 가지지 않고 성장했다"며 샌더스 의원·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맘다니 후보가 사회주의를 도덕적 의무로 규정함으로써 이를 매력적으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바론 교수는 "생산적이고 번영하는 나라에 가난이 존재해선 안 되고, 소수만이 막대한 부를 소유하는 상황에서 대다수 국민이 적은 소득을 위해 그렇게 고된 노동을 해야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는 단순한 명제"라며 "이런 관점에서의 설명은 사람들의 마음에 들 뿐만 아니라 이들을 흥분시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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