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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길의 뭐든지 예술활력] ‘나이’에게 기회를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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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9. 30. 17:35

만세시장 워크숍
영해 만세시장에서 40대 예술가들이 지역의 상인, 주민들과 함께 장날에 30대처럼 신나게 춤추는 모습
청년은 몇 살까지일까? 왜 서울과 지방에서 지원하는 청년의 나이는 다를까? 수도권에서는 청년이 아니었는데, 영호남 지방에 갔더니 청년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술자리에 자주 등장하는 흔한 에피소드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법률상 청년 나이는 '청년기본법'에 "청년이란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을 말한다"라고 되어있다. 이어서 "다만, 다른 법령과 조례에서 청년에 대한 연령을 다르게 적용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를 수 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를 근거로 청년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를 따로 마련하여 청년의 나이를 39세, 45세, 심지어 49세까지 확대하기도 한다. 그리고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처럼 청년을 39세 이하로 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정부 부처별로 정책의 필요에 따라 청년의 나이가 달라지는 상황이다.

청년 나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광역지자체와 산하 기초지자체 간에도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경상북도의 청년 기준이 39세인데, 오히려 포항시는 청년 기준이 34세이며, 경주시와 구미시 등은 39세, 상주시와 문경시를 비롯 경북 내 군 단위(칠곡군만 39세) 지방자치단체는 청년 기준은 45세이다. 상주시 청년이 경주시에 가면 청년이 아니고, 경주시 청년이 옆 도시인 포항시에 가면 청년이 아닌 것이다. 가속화되는 노령화와 지방소멸의 위협 정도에 따라 같은 나라, 같은 광역자치단체 안에서도 청년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청년층과 노인층에 비해 국가의 지원이 없다고 불만이 많은 중장년의 나이는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통계청에서는 중장년층을 40~64세로 정의하고, 고용노동부에서는 중장년층을 40~69세로 보고 있는데,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중년을 45~59세, 장년을 60~74세, 노년을 75세 이상으로 구분한다.

세계적으로 중년의 기준 나이가 점점 올라가서 45세 이상을 중년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중장년의 개념이 평균 수명 증가와 경제활동 연령대 확장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다. 50대인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 출생자)의 입장에서는 청년 시절은 빨리 지나가고, 노년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웬만한 공공지원은 배제되고 쉬지 않고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50대의 또래를 만나면 자주 하는 이야기가 '나이 계산법'이다. 자신의 나이에 0.8을 곱해서 나오는 나이가 지금 시대에 맞는 실제 나이라는 것이다. 현재 50세이면 예전으로 치면 40세인 것이다. 10살이나 젊어져서 나이에 대한 체감이 확 느껴지는가! 이제는 50대가 되었다고 은퇴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막 40대가 된 마음으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 서울에서 후배 예술가를 만나면 나이를 물어본다. 후배가 45세 이하면 지방으로 이주를 해보라고 권한다. 특히 45세까지 지원할 수 있는 영덕군의 '영해 청년문화예술발전소-레지던시'를 예시로 들며, 나이 계산법에 따르면 당신은 고작 36세이고 이제부터 창작의 기회가 열리고 작품 활동이 왕성해질 것이라고 응원을 한다. 나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바뀐다면 기회는 새로이 열릴 것이다.

나이에 대한 개인의 생각이 바뀌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의 정책도 시대에 맞추어 신속히 변화해야 한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인 현재의 50대는 실제 체감나이로 치자면 40대인 것이다. 이들의 수가 약 954만명이다. 이들 중 일부만이라도 젊어진 나이를 기회 삼아 지방으로 이주하는 도전을 한다면 지금의 지방소멸 문제는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그들에게 지방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교육하고 그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나이' 개념의 변화가 주는 기회를 먼저 받아들여서 정책을 만들고 이들을 타깃으로 먼저 움직이는 지자체가 지방소멸 대응에 성공한 모델이 될 것이다.

/문화실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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