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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K-비자 도입에 中 MZ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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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5. 10. 05. 18:27

미국 견제할 중국의 절묘한 카드
외국 과학 인력들 당연히 환호
실업난 자국 청년들은 좌절, 분노
이른바 Z 세대로 불리는 중국의 청년들이 자국 정부가 미국과의 기술 경쟁 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 하에 전격 도입한 젊은 해외 과학기술(STEM) 인재 유치 목적의 'K-비자'에 완전히 뿔이 난 것으로 보인다. 분노의 수위가 높아질 경우 정부에 대놓고 반발할 것이 확실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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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줄을 지어 비자를 신청하는 중국의 경제 수도 상하이(上海)의 출입국관리국 비자신청처. STEM 분야의 외국 인력은 앞으로 이런 극한의 고생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징지르바오(經濟日報).
징지르바오(經濟日報)를 비롯한 매체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현재 중국은 미국의 압박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미국이 연 10만 달러(1억4080만 원)의 수수료 부과를 통해 H-1B 비자 발급을 강화하면서 전 세계의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인재들의 미국 입국을 엄청나게 강화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중국으로서는 미국 입국을 못한 채 헤맬 세계 곳곳의 인력들을 빨아들일 기회가 생겼다고 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의 행동은 빨랐다. 마치 미국의 조치를 기다렸다는 듯 지난달 말 K-비자 발급을 이번 달 1일부터 실시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중국 내외의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STEM 분야 학사 이상 학위를 취득해 보유하고 있거나 관련 분야에 종사 중인 외국인이 대상이다. 기존 취업 비자인 R-비자와 달리 중국 내 고용주 초청 없이 개인 자격으로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세계 곳곳의 STEM 인재들에 대한 무비자 입국 허용을 공언했다고 해도 좋지 않나 싶다.

당연히 해외의 STEM 인재들은 환호하고 있다. 반면 중국 내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하기야 중국 Z 세대(16~24세)들의 실업률을 살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얘기가 절로 나온다고 해야 한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18.9%에 이르고 있다. 2023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올해에만 1220만 명의 대학 졸업생이 쏟아져 나왔음에도 고용 환경이 좀처럼 좋아지지 않는다는 사실까지 더할 경우 중국 Z 세대들의 분노는 이해가 간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베이징의 취업 준비생인 궈바오순(郭寶順) 씨의 불만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자국 청년들의 취업난도 해결 못하면서 다른 나라의 인재들에 눈을 돌리는 것이 말이 되나? 우리가 분노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사실을 인증하는 격이 된다"면서 전국의 청년들이 당국에 강력한 항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일부 외신 기자들이 "중국이 자기 발등을 스스로 찍었다"는 요지의 보도를 하는 것은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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