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초반, MVP급 활약 펼치다
여름 1할대 타격으로 하위 타순
후반 타격감 회복…팀내 타율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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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2024년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604억원)에 계약했다. 어깨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거의 통째로 날린 이정후는 절치부심했다. 첫 출발은 좋았다. 시즌 초반(3~4월) 타율은 0.319, OPS(출루율+장타율)은 무려 0.901이었다. 2루타가 쏟아져 나오면서 2루타 단독 선두를 질주하기도 했다. MLB닷컴이 '이정후, 올시즌 깜짝 돌풍 일으키는 이유'라는 제목의 특집 방송을 제작할 정도였다.
5~6월 이정후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타율이 0.193까지 내려왔고, OPS는 0.586에 그쳤다. 팀의 중심타선(3번)에서 시작한 이정후는 7~8번 타순까지 내려왔다. 내야 땅볼로 잡히는 타구도 많아지면서 팀의 득점 생산력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정후는 '밀어치기' 타법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7월부터 타격감을 되찾더니 다시 시즌 초반 폼을 되찾았다. 7~9월 평균 타율은 0.298, OPS 0.773으로 반등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전체 타율은 0.266(560타수 149안타), OPS 0.734, 홈런 8, 55타점, 73득점, 10도루를 기록했다. 팀내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중 가장 높은 타율로 컨택 능력을 입증했다. 특히 3루타는 12개를 때려내며 내셔널리그 2위에 올랐다. 2루타도 31개로 내셔널리그 공동 17위를 기록했다. 거포형은 아니지만 2·3루타를 꾸준히 생산하며 팀 득점 기여도에 힘을 보탰다.
미국 현지에선 이정후의 시즌 처음과 끝이 좋았단 점에 주목하며 내년엔 더 안정적인 활약을 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진 비율이 리그 평균보다 낮고, 타구 속도는 리그 평균 이상이기 때문에 발전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전망이다. MLB닷컴은 내년 이정후의 예상 성적으로 타율 0.293, 14홈런, OPS 0.788, WAR 4.1을 제시했다.
◇리그 평균 한참 밑도는 '수비력' 보완 시급
보완해야 할 점도 분명하다. 수비 지표에서 이정후는 낙제점을 받았다. OAA와 DRS 모두 메이저리그 평균을 한참 밑돌았다. 이 두 지표는 메이저리그에서 널리 쓰이는 대표적인 통계수치다. OAA는 타구 반응 속도 등을 따져 평균보다 얼마나 더 많은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지를 따진다. DRS는 리그 평균보다 얼마나 더 많은 실점을 막았는지를 본다.
이정후는 OAA -5를 기록했다. 규정이닝을 채운 리그 중견수 중 세 번째로 나빴고, DRS도 -18로 중견수 중 가장 나쁜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OAA 1위 피트 크로-암스트롱(시카고 컵스)의 +23과 비교하면 이정후는 한 시즌 동안 28개의 아웃카운트를 날린 셈이다. 실점도 리그 평균보다 18점이나 더 내줬다. 현지에서도 이정후를 수비 부담이 적은 코너 외야수로 돌리고, 코디 벨린저(뉴욕 양키스) 등 수준급 중견수를 데려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벨린저는 2019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를 받은 검증된 자원이다.
이정후는 귀국 기자회견에서 "내년 수비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며 "올해 많은 경기장에서 경기를 뛰었기 때문에 내년엔 경기장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정후는 다음 시즌을 위해 국내에서 곧장 훈련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