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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감, ‘정쟁 도구’나 ‘보여주기’ 이벤트 안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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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0. 13. 00:01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앞 대기 장소에 대법원 등 피감기관 직원들이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붙여 둔 종이에 기관명이 적혀 있다. /이병화 기자
이재명 정부 들어 첫 국회 국정감사(국감)가 13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진행된다. 국감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행정부와 여타 국가기관의 활동 전반을 살피고 비판하는 활동이다. 하지만 '국감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행정 부처의 정책 수립과 집행, 결과에 대한 질의가 중심이 되는 정책 국감은 온데간데없고 당리당략을 앞세운 정쟁만 난무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국감에서도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국감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국회 법제사법위는 13일과 15일 열리는 대법원 국감에서 조 대법원장을 출석시켜 이재명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판결 경위 등을 따진다. 통상 대법원장은 법사위원장의 양해를 얻어 국감 출석 직후 곧바로 이석해 법원행정처장이 답변하는 게 관례이지만, 민주당은 이번엔 이석을 불허할 것이라고 한다. 조 대법원장이 불출석할 경우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사실상 강제로 국감장에 데려오겠다고도 했다. 조 대법원장을 정조준한 민주당의 '조희대 청문회'는 아무 성과 없이 끝난 바 있다. 삼권분립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는, 사법부 수장 망신 주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야당에서 '만사현통'으로 칭하는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의 국감 증인 채택 및 출석 문제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시절부터 인사 전횡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고 국감 출석을 압박한다.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태세다. 하지만 김 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 과정에서 총무비서관으로 있다가 여야 간 공방이 거세지는 틈에 제1부속실장으로 '갑자기' 자리를 옮겨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 국회 출석을 무마하기 위한 의도적인 인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총무비서관은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고 부속실장은 출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실장에 대한 '이례적' 방어는 사실이든 아니든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사법부 수장을 강제로라도 증인으로 출석시키겠다는 여당이 대통령 참모 한 명의 출석에는 왜 이렇게 과잉반응을 하는지 국민들은 의아해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정치적 소재 때문에 국민의 삶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정 현안이 국감 초점에서 밀려 날 가능성이다. 장기화하는 관세협상 난항, 더 깊어지는 경기침체, 심각한 청년 실업, 북·중·러 밀착과 비교되는 한·미·일 공조 약화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2023년 국감 이후 국회 상임위원회 중 결과보고서를 채택한 상임위원회는 전체의 31.3%에 그쳤다. 전년 68.8%에서 반토막으로 줄었다. 결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국가기관들이 시정조치를 강제적으로 이행할 필요가 없다. 국감이 이벤트성 행사로 흐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재 분위기라면 올해도 국감의 실효성이 나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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