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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앞 대기 장소에 대법원 등 피감기관 직원들이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붙여 둔 종이에 기관명이 적혀 있다. /이병화 기자 |
이번 국감에서도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국감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국회 법제사법위는 13일과 15일 열리는 대법원 국감에서 조 대법원장을 출석시켜 이재명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판결 경위 등을 따진다. 통상 대법원장은 법사위원장의 양해를 얻어 국감 출석 직후 곧바로 이석해 법원행정처장이 답변하는 게 관례이지만, 민주당은 이번엔 이석을 불허할 것이라고 한다. 조 대법원장이 불출석할 경우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사실상 강제로 국감장에 데려오겠다고도 했다. 조 대법원장을 정조준한 민주당의 '조희대 청문회'는 아무 성과 없이 끝난 바 있다. 삼권분립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는, 사법부 수장 망신 주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야당에서 '만사현통'으로 칭하는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의 국감 증인 채택 및 출석 문제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시절부터 인사 전횡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고 국감 출석을 압박한다.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태세다. 하지만 김 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 과정에서 총무비서관으로 있다가 여야 간 공방이 거세지는 틈에 제1부속실장으로 '갑자기' 자리를 옮겨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 국회 출석을 무마하기 위한 의도적인 인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총무비서관은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고 부속실장은 출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실장에 대한 '이례적' 방어는 사실이든 아니든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사법부 수장을 강제로라도 증인으로 출석시키겠다는 여당이 대통령 참모 한 명의 출석에는 왜 이렇게 과잉반응을 하는지 국민들은 의아해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정치적 소재 때문에 국민의 삶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정 현안이 국감 초점에서 밀려 날 가능성이다. 장기화하는 관세협상 난항, 더 깊어지는 경기침체, 심각한 청년 실업, 북·중·러 밀착과 비교되는 한·미·일 공조 약화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2023년 국감 이후 국회 상임위원회 중 결과보고서를 채택한 상임위원회는 전체의 31.3%에 그쳤다. 전년 68.8%에서 반토막으로 줄었다. 결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국가기관들이 시정조치를 강제적으로 이행할 필요가 없다. 국감이 이벤트성 행사로 흐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재 분위기라면 올해도 국감의 실효성이 나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