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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예계에서 벌어진 사건들이 이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동안 연예인들의 사생활 침해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여전히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는 더디다. 그룹 키스오브라이프 멤버의 CCTV 유출 '열애설'과 방탄소년단 멤버 자택 침입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자는 비공개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된 경우다. 후자는 물리적 침입으로 개인의 안전이 위협받은 사건이었다. 형태는 달랐으나 두 사건 모두 '동의 없는 노출'이라는 공통된 침해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사태는 단발적인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는다. 영상과 글은 순식간에 퍼진다. 한 번 확산된 사적 정보는 회수되지 않는다. 온라인 공간에서 '누구의 잘못인가'보다 '누가 먼저 퍼뜨렸는가'가 중심이 된다. 호기심이 도덕보다 앞서고 책임은 늘 그 뒤를 따른다. CCTV 영상은 공공의 안전을 위한 장치다. 타인의 사적 순간을 엿보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주거 침입 역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명백한 범죄다. '누가 누구와 있었다'보다 '어떻게 유출과 침입이 일어났는가'를 묻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직업인이다. 동시에 한 개인이기도 하다. '공인'이라는 이유로 사생활 전부가 감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무대 위에서는 공개된 인물이지만 무대 밖에서는 보호받아야 할 인간이다. 우리가 '관심'이라 부르는 행위가 어느 순간 '감시'로 바뀌고 '정보'라 여기는 행동이 사실상 '침해'로 변질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이미 일상화됐다는 점이다. 일부 미디어는 클릭 수와 조회수를 이유로 사생활을 기사화한다.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을 여론으로 포장한다. 불법 촬영, 위치 노출, 루머 확산 모두가 '정보'라는 이름 아래 소비된다. 그 뒤에는 언제나 한 개인의 삶과 감정이 존재한다.
법은 분명히 침해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감수성이 그만큼 따라오지 못한다. 불법이 아니면 괜찮다는 인식, 공인이라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사생활 보호는 조건부 권리가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권리다.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동일하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알 권리'가 아니라 '지켜야 할 권리'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영상 한 컷, 글 한 줄이 누군가의 인생을 뒤흔들 수 있다. 대중의 관심은 응원이 될 수도, 폭력이 될 수도 있다. '공개'와 '보호' 사이의 균형을 지키는 일은 결국 윤리 의식에 달려 있다. 사생활은 숨겨야 할 부끄러움이 아니라 지켜야 할 존엄이다. 우리가 이 사실을 잊지 않을 때 비로소 대중문화는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