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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반동', '자식 나눈 사이?', '독버섯', '나라를 좀먹는 균' 최근 정치권에서 나온 막말들이다. 정치권의 막말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계엄 사태 이후 정치권이 진영논리에 빠져 '내 편'과 '적'이라는 극단적 이분법 사고에 더욱 몰입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막말 선두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최근 조희대 대법원장과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혐의 사건 담당 재판장인 지귀연 판사 등에 대해 "개혁에 저항하는 '반동'의 실체들"이라며 강도 높은 막말 비판을 했다. '반동'은 혁명의 시대에 '혁명을 반대하는 적'을 부르는 표현으로 주로 쓰였다. 북한에서 '반동분자'라는 말이 일상적이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상대방 대화를 차단하고 제거를 목표로 하는 무서운 막말이다. 정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된 뒤 국민의힘을 겨냥해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는 막말을 쓴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야당에 대해 '상대 못 할 제거 대상'이라는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당시에도 막말을 일삼아 국회 사이트에 제명 청원이 오르기도 했다.
덕담이 오가야 할 추석 명절에도 정치권의 막말 퍼레이드는 계속됐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의 예능 방송 출연을 비난하는 국민의힘을 '독버섯'에 비유했다. 이에 맞서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을 "나라를 좀먹는 균"이라고 맞받았다. 두 사람이 뒤늦게 서로 사과하면서 막말 파문이 일단락됐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게 사실이다.
상대방에 대한 폭력을 암시하는 말도 나오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3일 '무도한 정청래, 추미애는 제가 처리합니다' 내용의 단체 문자를 발송했다. 문자 중 '처리하겠다'는 표현이 조폭식 폭력 행위를 연상시켜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와 함께 정치권에서는 이미 '똘마니', '하이에나', '배설', '싸구려', '찌질이' 등 원색적 인신공격 발언이 일상화하고 있다.
정치권의 막말은 강성 지지층 결집과 대중의 관심 끌기, 존재감 과시를 통한 자기 정치 등 다양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우리 정치의 품격 저하에 따른 국민적 정치 혐오, 사회 분열, 폭력성 심화 등의 여러 부작용을 필연적으로 불러오기 마련이다. 정치권의 뼈를 깎는 성찰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온라인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발달로 우리 미래세대가 막말의 직접 수용자라는 점을 정치권은 항상 염두에 두고 언행을 삼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