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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2018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전시에 관심을 가지며 지금까지 전개된 과정과 현재 진행 중인 전시를 다각도로 생각하게 됐다. 전남의 미학으로 시작된 '수묵'이라는 비엔날레는 전국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였고 목포, 전남을 중심으로 펼쳐오고 있다.
문제점과 보완사항이 나타났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변모됐다고 여겨진다. 과연 '수묵'이라는 중국을 중심으로한 동아시아의 정체성을 담은 이 미술행사의 변별성과 특별함은 무엇이며 타 국제비엔날레와의 차별점은 있는 것 인가?에 관한 담론이 오가기도 했다.
수묵은 한자 그대로 물과 먹으로 감정을 나타내는 것이다. 함축적 정의를 갖고 있지만 그 너머에는 먹의 5색과 함께 지필묵연의 선비정신을 은유한 후경의 미학인 '천, 지, 인'의 도법자연을 동반하고 있다. 즉 동아시아 철학을 품은 '경학의 세계'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의 시대는 재료라는 물성의 구분과 차이가 없어진지 오래이다. 어떠한 재료를 동반해 개인의 서사와 방법을 선보인다 해도 동시대의 정신, 즉 한반도를 포함한 한중일, 넓게는 세계의 일원으로서 미학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고 느껴진다.
수묵의 기원으로 여겨지는 수묵비엔날레의 뿌리에 해당되는 해남의 고산 윤선도박물관에서의 윤두서, 정선, 정약용의 명가전시는 해남의 아름다운 주위의 환경과 한옥 건축이 조화를 이루어 출발점을 명확히 했다. 아쉬운 점은 겸재의 '인왕제색도'와 윤두서 '자화상'이 영인본으로 한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줄기의 생성'으로 명명된 진도섬에서 열리는 소전 손재형의 소전미술관은 근현대 서예술의 미학을 보여준다. 동아시아의 거유 추사 김정희가 제주 유배 후 강상시절에 쓴 대표작 '단연죽로시옥', '문형산서평'을 비롯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10폭, 8폭 석란도가 전시되었다.
남도전통미술관에서는 수묵과 채색의 '채묵'이라는 작고한 현대작가들의 한국미술에서의 확장성을 볼 수 있었다. 동서양을 넘나들며 재평가되고 있는 이응노의 '군무'를 비롯한 대형 타피스트리 작품과 박생광, 서세옥, 송수남, 황창배 작가의 그야말로 한국회화사에 우뚝 솟은 봉우리에 해당되는 명작들이 전시되어 '채묵'이라는 미감을 선사했다.
목포실내체육관에서의 전시는 그야말로 체육관도 뮤지엄이 된다는 발상의 전환이 느껴진다. 최근에 세계적 추세는 공원, 해변, 도심, 유적지 등 어떠한 장소도 변형시켜 세계적 미술축제로 선사해 공간의 확장성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작가인 코지 카키누마의 현대서예 작업은 전시를 돋보이게 했다. 먹이라는 현학의 재료가 모든 색과 개인의 철학을 함축한 것이라는 개념예술의 세계로 진입하는 소통의 역할을 했다.
마지막 본 전시장인 목포문화예술회관은 더 이상 수묵의 전통예술이 정지된 양식이 아니라 동시대의 트렌드를 담은 디지털 기술과 매체를 콜라보시켜 설치와 미디어 등이 섞여있는 국제성을 담보한다는 점이다. '파도의 기억'으로 명명된 팀랩의 미디어 작업과 이란 출신 작가의 공간 컴포지션 작업도 색다른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