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연 접대의혹 두고도 "현장실사했냐"vs"내란 유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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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국정감사가 민생 현안이나 사법제도 개혁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채 조 대법원장과 지귀연 부장판사를 겨냥한 정치적 공세에만 집중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민 삶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사법시스템을 고민하고, 개혁의 방향성 등을 점검해야 할 자리에서 정쟁만 되풀이됐다는 지적이다.
이날 오전 인사말 이후 이석했던 조 대법원장은 오후 11시 40분께 마무리 발언을 위해 국정감사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조 대법원장은 "오늘 국정감사에서 많은 위원님들께서 지적해 주신 전원합의체 사건 재판을 둘러싼 의혹에 관하여 말씀드리겠다"며 직접 말을 꺼냈다.
조 대법원장은 "개인적 행적에 대하여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힌 바 있다"며 "같은 취지에서 저는 일부 위원님들의 질의에 언급된 사람들과 일절 사적인 만남을 가지거나 해당 사건에 대한 대화나 언급을 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 사건에 대한 신속한 심리와 판결 선고의 배경에 관하여 불신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개인적으로는 이와 관련된 불신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재판의 심리와 판결의 성립, 판결 선고 경위 등에 관한 사항은 사법권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 103조 및 합의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65조 등에 따라 밝힐 수 없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위 재판은 저를 비롯한 12명의 대법관이 심리에 관여한 전원합의체에서 이루어졌고, 그 전원합의체에서 심리되고 논의된 판단의 요체는 판결문에 모두 담겨 있다"며 "판결문에 드러나는 내용만이 공적인 효력이 있고, 대법원장이라고 하더라도 전원합의체 구성원의 1인에 불과한 이상 판결 이외의 방법으로 의견을 드러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조 대법원장은 "오랫동안 법관으로 재직해 오면서 재판절차와 판결의 무거움을 항상 유념해왔다"면서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저를 비롯한 모든 법관들이 이를 한층 더 느꼈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법부의 신뢰를 더 높이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여당은 이날 관례를 깨고 조 대법원장에 대한 이석을 허용하지 않은 채 약 1시간 30분 동안 질의를 강행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측은 '헌법 파괴' '대법원장 감금'이라며 거세게 반발했고, 더불어민주당 측은 '중차대한 상황 발생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내란을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맞서며 고성이 오갔다.
이어진 오후 국감에서도 핵심 쟁점은 조 대법원장과 지 부장판사였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제1야당 후보의 재판을 군사작전처럼 처리했는데 지금도 그 재판이 옳았다고 생각하느냐"고 따져 물었고, 추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 회부 절차와 사건 검토 기간, 심리 기일 운영, 선고 시기 등 모든 단계에서 관례를 무시하고 예외를 적용해 속전속결 판결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 결정을 내린 지 부장판사에 대해선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 부장판사는 형사소송법상 구속기간 만료를 날(日)로 계산하도록 돼있음에도 해석을 시간으로 바꿔서 했다"며 "이는 법원이 해석으로 입법권을 침해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이야 말로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주장했다. 지 부장판사의 접대 의혹 관련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의 부실 감사도 이번 국정감사의 핵심 논란이었다. 여당은 최진수 대법원 윤리감사관을 향해 '현장실사는 했냐' '여성접대원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냐' '룸살롱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냐' 등의 강도 높은 압박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는 '조희대 망신주기'와 '지귀연 탈탈 털기'로 요약할 수 있다"며 "그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의 무죄 만들기와 내란죄 유죄판결을 찍어내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