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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한강버스, 신뢰 회복이 재출항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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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람 기자

승인 : 2025. 10. 16. 06:00

열흘 만에 멈춘 '한강의 미래'
졸속 운항이 키운 시민 불신
재출항은 선언 아닌 ;결과'로 증명해야
한강버스 탑승 관련 스케치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선착장으로 마곡에서 출발한 한강버스가 승객을 태우기 위해 들어오고 있는 모습. /정재훈 기자
0박아람
한강 위를 달리는 새로운 수상 교통수단으로 주목받은 '한강버스'가 정식 운항 열흘 만에 멈췄다. 서울시는 성능 고도화와 안정성 강화를 위해 한 달간 무승객 시범운항에 들어간다고 밝혔지만,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교통수단인만큼 충분한 사전 검증을 거쳤어야 했다는 지적과 함께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기대 속에 출발했지만, 시작부터 안정성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17일 취항식에서 "한강의 역사는 한강버스 이전과 이후로 확연하게 나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음 날 정식 운항 이후 현실은 달랐다. 첫날부터 화장실 변기 오물이 역류했다는 민원이 접수됐고, 20일에는 폭우로 팔당댐 방류량이 급증해 운항이 임시 중단됐다. 22일에는 102·104호가 전기 계통 이상으로 멈췄고, 26일에는 방향타 고장으로 회항이 발생하면서 양방향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현장에서는 탑승객이 "오늘은 운항이 없다"는 안내를 듣고 발길을 돌리는 혼란까지 빚어졌다.

새로운 교통수단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시민 반응도 엇갈렸다. 서울시가 탑승객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 690명(86.3%)이 '만족한다'고 답했고, 110명(13.7%)은 '불만족한다'고 응답했다. 합리적인 요금과 쾌적한 공간은 긍정적으로 평가됐지만, 불만족 사유로는 '선착장 접근성(44.5%)', '선박 승하차 과정(27.3%)' 등이 꼽혔다. 출퇴근 교통수단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초 마곡~잠실 구간을 75분에 주파한다는 설명과 달리, 실제 운항은 일반 127분, 급행 82분으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교통수단으로서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한 사전 검증 운항 없이 서둘러 운항을 강행했다는 점은 시민 불신을 키웠다. 교통·친환경·관광을 동시에 껴안으려다 정작 교통수단으로서의 신뢰가 시작부터 흔들린 것이다.

한강은 이미 서울의 얼굴이자 세계인이 찾는 관광 코스다. 이 공간에 새로 들어선 교통수단이 '불안하고 불편한 실험'으로 남을지, '서울의 미래 교통혁신 아이콘'이 될지는 결국 시민이 믿고 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안전 시스템 강화, 운항시간 단축, 선착장 접근성 개선 등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입증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장 혼란을 줄이고,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회복되지 않는다. 무승객 시범운항은 '뒤늦은' 점검일 뿐이다. 재출항은 선언이 아닌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편의·서비스 품질 개선 등 변화가 뒤따를 때 비로소 한강버스가 '서울의 미래 교통수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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