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lip20251015152139 | 0 | 일본 니케이지수 현황판/사진=연합뉴스 |
|
지난 10월 6일, 일본 자유민주당 새 총재 다카이치 사나에 선출 직후 도쿄 증시는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니케이 225지수는 하루 만에 4% 상승하며 사상 처음 48,000선을 돌파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다케이치 트레이드'(Takaichi Trade)라 부르며 투자자들의 열광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증시 급등 이면에는 공명당 탈당과 정부 고부채, 구조적 경제 문제 등 일본 경제와 정치의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어 단순 기대감에 의한 '버블' 논란이 일고 있다.
도쿄 도심 증권가에서는 다카이치 총재 선출 소식이 전해지자 거래량이 급증했다. 니케이225 지수는 장중 한때 4만8,100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엔화는 달러당 150엔대로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다카이치가 재정 확대와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단기 베팅을 이어갔다.
 | 딥다이브1 | 0 | 10월 15일 도쿄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세미나 'Deep Dive: Takaichinomics'에서는 세 명의 전문가가 다카이치노믹스의 기회와 위험을 심층 논의했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
|
이번 폭등과 관련해, 10월 15일 도쿄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세미나 'Deep Dive: Takaichinomics'에서는 세 명의 전문가가 다카이치노믹스의 기회와 위험을 심층 논의했다.
나오미 핑크(Amova Asset Management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일본 정부 부채 수준과 정책 위험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 정부 부채는 GDP 대비 260%에 달한다. 추가 국채 발행을 통한 경기부양은 금리 급등과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카이치 총재가 단기 부양책을 시행할 경우 시장은 즉각 반응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적 포퓰리즘 가능성도 경고하며 "정치적 인기와 시장 기대만으로 재정 정책을 설계하면 결국 미래 세대에 부담이 돌아온다"고 덧붙였다.
 | 딥다이브2 | 0 | 나오미 핑크(Amova Asset Management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일본 정부 부채 수준과 정책 위험을 강조했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
|
예스퍼 콜(Monex Group 글로벌 앰배서더 겸 Japan Catalyst Fund 투자위원)은 다카이치의 리더십이 투자자 심리에 미친 효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시장은 정책 그 자체보다 리더십의 결단력을 먼저 본다. 다카이치 총재가 보여주는 명확한 의지와 비전이 투자 심리를 자극하며, 단기 상승을 만들어냈다"며 니케이 지수 급등을 심리적 요인으로 설명했다.
 | 세미나3 | 0 | 예스퍼 콜(Monex Group 글로벌 앰배서더 겸 Japan Catalyst Fund 투자위원)은 다카이치의 리더십이 투자자 심리에 미친 효과를 상세히 설명했다./사진=최영재 도쿄특파원 |
|
또한 그는 일본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 Return on Equity)이 최고치에 이르고 엔저 효과로 해외 매출이 개선되는 점도 긍정 요인으로 꼽았다. "단기적으로는 시장과 기업 실적이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지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장기 지속성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화상으로 참여한 리처드 카츠(『The Contest for Japan's Economic Future』 저자)는 다카이치 정책이 아베노믹스의 레토릭을 답습하고 있으나 구조적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 부양책은 활기차 보이지만, 생산성 정체, 기업 문화 폐쇄성, 디지털 전환 지연 등 근본적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구조개혁 없이는 장기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츠는 이어 "정치적 안정성과 연계하지 않으면 정책 실행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기 폭등과 장기 위험이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딥다이브3 | 0 | 화상으로 참여한 리처드 카츠(『The Contest for Japan's Economic Future』 저자)는 다카이치 정책이 아베노믹스의 레토릭을 답습하고 있으나 구조적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
|
일본은 현재 정치적 변수 또한 증시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립정당 공명당이 탈당을 선언하면서 자민당 다카이치 총재의 과반 확보가 불확실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야당 단일 후보 논의까지 진행 중이며, 정책 추진력과 안정성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증시는 단기적 호재 이후 조정 장세를 보이기도 했고, 일부 은행주와 수출주의 상승폭이 제한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다카이치노믹스의 핵심 정책은 재정 확대, 통화완화, 기업 지원을 통한 경기 부양이다. 단기 기대 요인으로는 인프라 투자 확대, 방위비 증가, 기업 수익 개선 등이 있지만, 장기적 위험도 명확하다. 정부 부채 확대, 금리 상승 압력, 정책 지속성 불확실성 등은 구조적 제약으로 남아 있다. 과거 아베노믹스 사례를 보면, 구조개혁 없이 단기 부양만으로는 장기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 세미나4 | 0 | 이번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다카이치 정책이 단기 시장 심리와 정치적 기대를 자극하는 효과는 크지만, 장기 성장과 구조적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
|
이번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다카이치 정책이 단기 시장 심리와 정치적 기대를 자극하는 효과는 크지만, 장기 성장과 구조적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 독자들에게 시사점도 분명하다. 이번 사례는 단기 정치 기대와 시장 심리만으로 경제가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에는 구조개혁과 정책 연속성이 필수적임을 확인시킨다. 한국 정부 역시 경기 둔화기에 대응 정책을 설계할 때 일본 사례에서 심리적 효과와 구조적 개혁의 균형을 고민해야 한다.
증시 폭등과 정치·경제 구조적 문제라는 상반된 신호가 동시에 나타난 이번 사건은 일본 경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시장 참여자들은 다카이치라는 리더의 환상에 베팅했지만, 실제로는 '단기 기대감 속에 떠 있는 버블' 위에 일본 경제가 놓여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