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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건설업계엔 동열이도 종범이도 승엽이 마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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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0. 16. 08:39

갖은 규제와 변수로 벼랑끝에 몰린 건설업계
사소한 지원과 희망이 벼랑 끝 업계에 활력
최성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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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건설부동산 부장
선동열은 80~90년대 해태 타이거즈 투수진의 확실한 '벽'이었다. 선수 초창기에는 선발로 뛰며 상대 타선을 완벽히 무력화 시켰다. 중반기 이후부터는 구원투수로 변신해 몸을 풀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상대방의 사기를 꺾어버렸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적군에겐 '재앙' 아군에겐 '축복'...이 한마디가 그를 표현하는 전부다.

이종범은 타이거즈 공격의 선봉을 맡았다. 1번 타자로 출루한 이후 연이은 도루로 3루까지 진출하는 모습에 상대편은 경악했다. 오죽했으면 별명도 '바람의 아들'. 홈런도 자주 때렸다. 수비에서도 여러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며 승부에 결정적인 기여를 해냈다. 상대 응원석에선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해먹어라"는 원망이 들려왔다.

이처럼 타이거즈 투타의 핵심인 이들은 90년대 후반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하게 된다. 당연히 팀은 부진에 부진을 거듭한다. 이때 감독인 김응룡은 그 유명한 "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라는 어록을 남긴다.

물론 이후 김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으로 취임해 불방망이를 뽐내던 이승엽과 함께 '삼성 왕조'를 구축하긴 했다.

지금은 흔적만 남은 오래전 해태 타이거즈 얘기를 꺼내는 건 선동열과 이종범을 떠나보낸 김 감독의 처지가 현재 건설업계들이 처한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최근 지독한 실적 악화에 시달렸다. 경기 불황과 원자재 및 인건비 인상 등이 결정적이었다. 게다가 탄핵 정국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관망 심리가 강해지면서 건설사들은 분양을 미루는 등 소극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숱한 건설사들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남은 자들은 버텼다. 이들은 올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가 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건설업이 활성화 될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6.27 대출 규제에 이어 노란봉투법, 노동안전 종합대책까지 발표되며 건설사들의 목숨 줄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노조·산재 등 모든 분야에서 심각한 타격이 걸리는 형국이다.

공사비와 공기 등 사고의 원인이 되는 현실적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은 어디에도 없다. 더구나 정부의 건설방향 역시 공공이 중심이 되면서 민간 건설사들이 끼어들 틈마저 차단했다. 조만간 문을 닫는 건설 업체가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15일 정부의 3차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 분양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출 규제 강화,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등으로 건설사들의 핵심 사업인 분양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쯤 되면 건설업체들은 '차'와 '포'는 물론, '마'까지 떼고 장기 두기를 강요받는 중이다. 책임만 남았고 그 어떤 지원도 없다. 지금도 국감에선 건설사 대표들이 연일 불려나가고 있으며 시멘트 성분까지 건설사가 책임지라는 '주택법 개정안'까지 발의된 상태라고 한다.

업계가 두려워하는 건 서슬 퍼런 정부의 칼날도, 불경기도 아니다. 미래가 없다는 걸 가장 무서워한다. 강력한 규제의 반 만 되는 지원, 아니 희망만이라도 필요하다. "정부를 믿고 지킬 건 지켜라 그러면 도와주겠다"는 사소하고도 작은 시그널 만이라도 줄 수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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