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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3시, 도쿄 마루노우치 일본외신기자클럽(FCCJ)에서는 정치·언론계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세미나 제목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여성 총리 탄생 가능성을 둘러싼 역사적 변곡점과 2025년 일본 정치의 격동상이 복합적으로 다루어졌다.
◇치야코 사토·마사토 카미쿠보의 심층 진단
패널로 초청된 마이니치신문 논설위원회 전문 선임기자 사토 치야코와 릿츠메이칸 대학 정책과학부 교수 카미쿠보 마사토는 일본 정치 구도, 보수재편, 젠더 혁신 등 핵심 의제를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사토 치야코는 "다카이치 사나에의 첫 여성 총재 등장은 일본 정치의 오래된 관습과 질서에 균열을 일으키는 사건"으로 규정하며, 그 상징성과 사회적 함의를 중점적으로 언급했다. 카미쿠보 마사토 교수는 이번 보수정권 교체의 배경을 "아소 타로 전 총리 등 강경파의 지원, 기존 보수 세력의 분화, 공명당과의 연정 붕괴"로 꼼꼼하게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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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내 강경 보수 노선 재규합, 젊은 층의 표심 변화, 여성 리더십의 의미 등은 이날 토론회의 핵심 화두였다. 사토 치야코는 "다카이치가 유리천장을 깨고 등장했다는 상징성에 많은 기대가 있지만, 실제로 위기를 만난 정당이 여성 정치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유리절벽 현상도 염려스럽다"고 밝혔다. 카미쿠보 교수는 "의미는 크지만, 정치자금 및 가족성(姓) 개혁, 젠더정책 면에서는 보수성을 쉽게 바꿀 수 없다"며 당내·사회적 한계를 지적했다.
◇야권 단일화, 그리고 정책 대립
토론에서는 야권 단일화 가능성과 정책 대립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최근 입헌민주당(CDP), 국민민주당(DPFP), 일본유신회 등 주요 야권이 공동 총리 후보를 놓고 협상 중이나, 안전보장·에너지 등 각종 정책 차이로 쉽지 않다는 견해가 다수를 이루었다. 사토 기자는 "긴장 완화와 개혁 동력이 중요함에도 정책 간격과 경쟁 의식이 아직 우세하다"고 지적했다.
카미쿠보 교수는 중의원·참의원 선거를 거치며 "젊은 유권자의 비율과 표심이 국민민주당·산세이토 등 신생정당에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기존 정당의 구조적 변화와 일본 정치의 지각변동을 상징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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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일본 정국은 공명당 이탈 이후 자민당이 소수정권으로 전락하며 위기를 맞았다. 이날 세미나에서 카미쿠보 교수는 "일본 정치가 다수당 구조를 유지하지 못하면 소수정권의 운신폭이 극히 줄어든다. 법안 통과를 위해 보궐, 조기 선거도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사토 기자는 "과거 연정 붕괴 이후 선거협력도 기대하기 어렵고, 야권의 견제는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저출생·고령화, 경기침체, 국민 복지 및 연금 문제 등 참의원 선거 주요 쟁점들도 심도있게 거론되었다. 고물가·실질임금 저하 속, 현금 지급·소비세 감세로 대표되는 정부의 대책이 논란과 기대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65세 이상 인구가 29.4%(2025), 연금 수급자 약 4천만 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참의원 선거 결과는 향후 정책 방향을 크게 좌우하게 된다.
◇젊은 세대의 각성, 사회 변화의 신호
2025년 참의원 선거에서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현저히 상승했다는 점 역시 세미나의 주요 논의대상 중 하나였다. 카미쿠보 교수는 "20-30대의 경우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누적되어 산세이토, 국민민주당 등 신생 보수 정당을 선택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기성 정치 질서가 재편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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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와 글로벌 일본
패널들은 일본의 외교·안보 방향에 대해서도 깊은 의견을 나눴다. 지역질서 재편, 미일동맹, 북일·한일 관계의 현안, 특히 납치자 문제, 경제안보 등은 차기 총리 리더십이 시험받는 지점이다. 카미쿠보 교수는 "강대국 경쟁 속에서 일본이 스스로를 자율적인 지역 강국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국내 정치 혼란이 국제정세에 미칠 영향도 막대하다"고 경고했다. 참석자들은 "2025년은 전후 80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 겹치는 바로 그 해"라고 언급하며, 차기 일본 정부의 선택이 동아시아 질서, 평화·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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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응답 시간에는 "여성 총리의 등장이 일본 사회·정치 문화에 미칠 장기적 영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사토 치야코는 "상징성의 진전은 분명하지만, 강경보수 내각에서 젠더 격차가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카미쿠보 교수는 "세대교체, 정치개혁 속도에 따라 일본의 미래상이 달라질 것"이라며 신중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외신 기자와 방청객들은 일본 정치의 과제와 미래상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FCCJ의 세미나는 국내외 전문가, 언론, 시민들에게 일본 정치의 변동과 새 시대 리더십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