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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검찰의 업보와 가야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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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0. 16. 18:00

정재기 변호사
대한민국 헌정사는 그야말로 법의 지배(Rule of Law)를 확대하는 투쟁사다.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하고, 보편타당하고 공정한 법률을 객관적인 절차에 따라 평등하게 적용되는 법치의 확대 과정이었다. 1960년 4.19는 고(故) 김주열 열사의 희생으로 시작해 거대하고 사악한 권력을 국민이 회수하는 과정이었고, 1987년 6.29 선언은 국가권력의 한계를 대외에 선포한 법치주의 깃발을 내건 첫 시발점이었다. 그로부터 30여 년간 대한민국은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써 정해야 한다는 형식적 법치주의를 넘어 그 법률의 목적과 내용 또한 기본권 보장의 헌법 이념에 부합돼야 한다는 실질적 적법 절차를 확립하는 직전에 와 있었다. 근 반세기만에 실질적 법치주의를 확립한 거의 유일한 국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성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검찰폐지 법률안들은 그 모든 성과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이 곳곳에 산재돼 있다. 검찰개혁의 논의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게 된 것도, 검사의 무분별한 직접 수사를 제한하지 않았던 틈이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극히 일부 사건의 정치 검찰은 업을 쌓고 또 쌓았다. 사실 늘 인사권자의 그림자를 밟지 않으려 심기경호 하듯 움직이면서도, 상대방 진영에 대한 수사는 혹독했다. 퇴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하며 실시간으로 수사 진행 상황을 흘려 모욕을 주었고, 박근혜 정부가 무너진 이후 시작된 적폐수사는, 검사의 모욕과 모독을 견디지 못한 여러 명의 피의자가 목숨을 던질 정도로 가혹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당시 윤석열 검사에 의해 검찰권이 완전히, 법이 허용한 최대 한도로 모두 행사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수사와 적폐수사는 절제와 자제를 모르는 윤석열 검사가 검찰권을 어떻게 행사하는지 보여준다. 그렇게 그 검찰권을 최대한 행사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자, 검찰은 인사권자의 진영과 자기 사람에 대한 수사를 미적거렸다. 그 모든 게 거대한 원한이 되어 지금의 업보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그 업보가 만들어 낸 원한에 의해 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대법원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가장 많은 수사 분야에서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우리 헌법과 법률은 검사 제도를 두어 검사에게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고 철저한 신분보장과 공익의 대변자로서 객관의무를 지워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에 대한 지휘와 감독을 맡게 하였다(2008도11999)"며 검사라는 독립관청의 헌법적 의미를 설명한 바 있다. 극히 일부의 위 정치적 사건 외 99.9% 사건을 처리하는 대부분의 검사는 2021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근 70여 년간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사건을 모두 처리하였고, 보완수사를 명하거나 수사가 미진할 경우 직접 수사를 하였다. 모든 사건은 검사를 통해 이뤄졌고, 결론이 내려졌으며, 경찰은 검사가 증거를 수집하는 절차에 협조하여 범죄의 뿌리를 뽑는데 적극 헌신하였다. 피해를 입어 고소한 사건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6개월 내 수사가 마무리 되었고, 이로써 피해자는 피해를 일부나마 회복될 수 있었다. 피해자의 아픔을 닦아주면서도, 부패범죄와 마약범죄 등 범죄에 대해 검찰은 거의 근절에 가까운 철저한 수사로 국민은 밤에도 범죄 발생을 크게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국회를 통과한 검찰개혁법률안을 보면, 검찰청을 폐지하고, 검사의 보완수사 등 여하한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면서, 공소청을 두어 기소와 불기소만 판단하게 하고, 행정안전부에 중대수사청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 복잡한 수사절차를 도해한 표는 마치 반도체 회로처럼 복잡해 보인다. 일반 국민이 이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서민이 비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가해자를 처벌하도록 고소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일단, 위 법률안은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인 형사소송법과 충돌 된다. 또 공소청 검사가 재판 중 인지하더라도 공소청 법률안 제9조에서 범죄정보 및 수사정보를 전담하는 직제를 둘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소청 검사가 재판 중 조직범죄나 여죄를 인지하게 되더라도 어찌할 수 없다. 직접 고발할 경우, 직권남용죄로 처벌될 수 있다. 중수청은 중대범죄와 관련범죄를 수사하도록 하지만, 1억원 짜리 전세사기는 중대범죄인가 아닌가. 서민인 피해자에게 전재산이므로 중대범죄일텐데, 법적으로는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전세사기 피의자는 1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백, 수천건의 전세물건을 운영한다. 그렇다면 그 사기 건은 중대사건인가 아닌가. 검찰의 권한남용을 지적하며 중수청을 설치하면서도 그 기관을 행안부로 두는 것 역시 모순이다.

중수청은 국민에게 큰 피해가 끼칠 수 있는 특정 중대한 사건에 대해 수사하는 기관인 이상, 피해를 속히 회복하기 위한 준사법절차 내에서 사건을 진행시키는 것이 맞다. 미국의 FBI도 수사를 하면서 연방 검사와 협력하여 기소를 위한 증거수집 절차를 따른다. 중대범죄일수록 수사절차와 증거수집 절차의 적법성과 절차적 정당성은 더 중대하기 때문이다.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신체구속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은 1962년 개정 헌법에 처음 들어갔다. 4.19 라는 역사적 성찰의 결과, 검사로 하여금 사법경찰관을 통제하도록 한 것이다. 다수의 경찰을 소수의 검사가 감독하여 형사사법 시스템 내에 머무르게 하는 것은 현대 형사소송학계의 기본 원칙이다. 과거의 업보 때문에 검찰의 권한남용이 걱정이라면,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금지하고, 오로지 사법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만 가능하도록 하면서, 경찰의 권력독점을 막으면 된다.

정재기 변호사(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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